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한국에 25% 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미국 내에서도 일부 한국 산업군에 대한 관세 조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벤젠과 톨루엔 등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하는 일부 제품 중 특수한 강점을 지닌 제품은 미국이 구조적으로 생산하지 못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정유·화학산업 전문조사기관 ICIS는 7일 "한국은 미국이 수입하는 벤젠과 톨루엔, 혼합 자일렌의 최대 공급국"이라며 "파라자일렌의 경우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공급국"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제품들은 정유 공정이나 납사 크래킹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되는 기초화학물질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를 일부러 생산하려고 정유시설이나 설비를 증설하지 않는다"면서 "미국 수입업자들은 더 저렴한 대체 공급처를 찾아야 하거나 관세를 부담하거나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실제로 정밀화학원료는 2022~2024년 3년 연속 한국의 10대 전 세계 수출 품목 상위 10개군에 포함됐다. 순위는 10위로 종전 8위보다 두 계단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화학산업협회에 따르면, 기초원료에 해당하는 에틸렌 수출량은 2024년 185만t으로 4년 전인 2020년(84만8000t) 대비 2.2배로 늘었다. 벤젠과 자일렌도 같은 기간 각 1.4배씩 수출량이 늘었다. 이 중 미국은 석유화학 제품 수출군 전체를 통틀어 단일 국가 중 두 번째로 큰 수요국이다.
ICIS는 또 "벤젠은 쿠멘이나 스티렌 등 중간재 생산에 활용되는 정밀화학원료"라며 "쿠멘은 이후 페놀과 아세톤을 만드는 데 쓰이게 된다"고 짚었다. 또한 파라자일렌의 경우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제조에 쓰이는 두 가지 주요 원료 중 하나인데, 이는 섬유나 음료 페트병의 주성분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상호관세에 따른 부담을 자국 소비자가 아닌 수출국들이 지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필수재 등을 공급하는 공급처들은 협상 우위가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협상 우위를 보유한 공급처들은 관세만큼 최종 소비자가를 인상함으로써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을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에 전가할 수 있다.
관세 비용이 미국 소비자들을 직접 겨냥할 수 있다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 4월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미 경제연구기관 트레이드 파트너십 월드와이드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미국 상품 수입에 따른 관세 비용은 연 7140억달러(약 1033조원)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을 우려해 온 이유기도 하다. 이를 두고 NYT는 "기업과 소비자가 수입 비용 증가를 대부분 부담하게 되는 탓에 관세 증액이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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