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Z세대가 연애 상대방을 찾는데 만큼은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보다 전통적인 대면 만남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위 프로필·보정 사진이 만연한 온라인 세상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데이팅 앱 주이용층인 Z세대 이탈이 빨라지면서 데이팅 앱 산업 성장세도 둔화 중이다.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Z세대를 두고 "술 마시며 노는 대신 필라테스를 하는 등 '셀프 케어'에 집착하는 세대"라며 "이들은 이제 연애에도 환멸을 느끼고 있으며, 그 여파로 뜻하지 않게 타격을 입은 대상이 바로 '데이팅 앱'"이라고 보도했다. 킨제이연구소와 데이팅어드바이스닷컴이 지난 5월 미국의 싱글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Z세대의 21.2%만이 데이팅 앱을 만남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58%는 대면 만남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담당한 킨제이연구소 수석 연구원 저스틴 레밀러 박사는 "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찾는 데 있어 기술을 활용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방식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어 "젊은 세대가 데이팅 앱을 외면하는 이유는 ▲진정성 추구 ▲관계에 대한 회의감 ▲경제적 부담 등 복합적 요소 때문"이라며 "데이팅 앱을 잠깐만 써봐도 진정성 있는 상대를 찾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금방 알게된다"고 지적했다.
데이팅 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도 Z세대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앱 사용자들이 거짓 정보나 과장된 프로필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앱 자체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팅 앱이 살아남으려면 오프라인 만남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애 컨설턴트 알렉시스 저머니 폭스는 "데이팅 앱이 앞으로도 의미 있는 플랫폼으로 남기 위해선 사용자 경험 전반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예컨대 지역 커뮤니티 모임이나 오프라인 이벤트를 연계해 현실 기반의 만남 기회를 늘리고, 상대의 성향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Z세대의 이탈은 데이팅 앱 업계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데이팅 앱 범블은 지난달 전체 인력의 30%에 해당하는 약 24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범블은 올해 2분기 매출을 2억4400만~2억4900만 달러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2분기(2억6900만 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휘트니 울프허드 범블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 보낸 서한에서 "데이팅 앱 산업이 전환점에 서 있다"고 밝혔다.
범블의 경쟁사인 매치그룹 상황도 비슷하다. 틴더, 힌지 등 다수의 데이팅 앱을 운영하는 매치그룹은 지난 5월 전체 인력의 13%에 해당하는 약 325명을 감원했다. 매치그룹은 올해 1분기 실적과 관련해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3% 감소한 8억312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유료 서비스 이용자 수가 5% 줄었다"고 했다.
한국도 Z세대를 중심으로 데이팅 앱에 대한 회의적인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10월 전국 만 19~49세 미혼 및 이혼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데이팅 앱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7.5%에 그쳤다.
또 '데이팅 앱보다 대면 소개팅이 연애 상대를 찾기 더 좋을 것 같다'고 응답한 비율은 20대 초반이 49.0%로 가장 높았다. 응답률은 ▲20대 후반(44.0%) ▲30대 초반(39.0%) ▲30대 후반(35.0%) ▲40대 후반(32.0%) ▲40대 초반(27.0%) 순이다. '대면 소개팅이 더 믿을만하다' 응답 역시 20대 초반(55.0%)이 가장 높았고, 40대 후반(38.0%)이 가장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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