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혁신할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7일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 목소리에는 답답한 속마음이 그대로 묻어났다. 안철수 혁신위원장의 전격적인 사퇴로 인한 혼란. 전직 혁신위원장의 심경은 복잡해 보였다. 인 의원은 2년 전 혁신위원장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당시 인 의원 주장은 파격적이었다. "마누라와 아이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롯한 중진 의원을 향해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당 지도부는 험지 출마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인요한 혁신위는 50여일 만에 해산했다. 인 의원은 2년 전보다 당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고 진단했다. "혁신에는 변화와 희생이 필요한데 다들 자기이익만 바라보고 있으니…."
국민의힘은 정치 위기를 맞이할 때마다 혁신위 카드를 꺼냈지만 성과 없이 막을 내리는 경우가 더 많았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 시절 꾸려진 '류석춘 혁신위'도 그랬고, 2014년 보궐선거 참패 후 새누리당 시절 출범한 '김문수 혁신위'도 주류 세력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번에 안철수 의원은 전임 지도부인 '쌍권(권영세·권성동 의원) 청산' 카드를 꺼냈지만 당 지도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친윤(친윤석열) 구(舊)주류에 대한 인적 쇄신은 당 혁신 출발점이라는 인식이 무리한 것일까. 12·3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중요 국면에서 그들의 행동을 되짚어 본다면 답이 나온다. 심야의 대통령 후보 교체 파동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는 누구였는가.
"힘겹게 모은 혁신의 에너지를 자신의 정치적 연료로 사용했다"(권성동 의원), "자신의 이익 추구를 개혁인 양 포장해 당을 내분으로 몰아넣은 비열한 행태"(권영세 의원)라며 오히려 안 의원에게 날을 세웠다. 최근 만난 국민의힘의 한 지도부는 정당 지지율 20%대 추락 상황과 관련해 "대선에서 지면 득표율의 절반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는 게 보통"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지도부는 정치 이슈를 여당이 이끄는 현실과 관련해 "(야당이)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으냐"고 했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이, 정치적 무력감이 번지는 현실. '총체적 난국'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 의원 후임으로 새로운 혁신위원장이 나온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자가치료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떤 해법이 있을까. 차라리 당이 크게 흔들리는 게, 바닥에서 시작하는 게 더 낫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국민의힘은 지금 중병을 앓고 있다는 현실부터 제대로 자각해야 한다. 그래야 환부를 도려낼 의지와 실천도 뒤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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