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위협'에 맞서는 브릭스…"황제 필요 없다"

룰라 "온라인으로 세계 겁박…매우 잘못된 일"

러시아와 중국 등 비(非)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 회원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가 관세 위협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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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진행된 17차 브릭스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현지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같은 거대 국가의 대통령이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를 겁박하는 건 매우 잘못된 일"이라며 "우리는 황제를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사람들은 주권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잘 알아야 한다"면서 "그(트럼프 대통령)는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우리는 주권 국가"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서 브릭스의 "반미 정책"에 동조하는 모든 국가에 추가로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완전한 감시하에 있는 이란의 '평화적 핵 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을 규탄하는 한편 '무차별적으로 인상한 관세 부과'에 따른 글로벌 교역 질서 교란을 언급한 브릭스 정상회의 선언문 공개 이후 나왔다.

'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 입장에서 볼 때 미국의 관세 부과는 오히려 미국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세우수 아모링 브라질 대통령실 국제관계 특별보좌관(특보)은 CNN 브라질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추가 관세를 "제 발에 총 쏘기(도끼로 제 발등 찍기와 같은 의미)"라고 표현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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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정부에서 공개한 교역액 수치를 보면 지난해 브라질은 대미 교역에서 400억헤알(약 10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아모링 특보는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의 관세가 아니다"며 "글로벌 교역 시스템의 변화, 즉 다자 간 협상 대신 양자 간 협상을 선호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더 중대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항상 위협과 관세를 내세운다면, 다른 국가들은 대안을 찾아 서로 협상할 것"이라며 브릭스 회원국의 연대를 통한 공조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상회의 참석차 브라질을 방문 중인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도 "브릭스 같은 매우 긍정적인 연합체의 움직임이 있을 때, 이를 부정적으로 보고 해당 참여국을 벌주려는 듯한 모습이 있다는 건 정말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힘이 곧 옳음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브릭스는 다른 어떤 강대국과도 경쟁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남아공 대통령은 앞서 지난 5월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이고 검증된 증거도 없이 '백인 학살'을 주장하자 이를 반박하느라 진땀을 빼면서도 의연하게 대응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러시아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브릭스 내 (회원국 간) 상호 움직임은 제3국을 겨냥한 적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AFP통신이 러시아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대신해 이번 회의에 자리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부 장관은 "브릭스는 잠재력을 발휘하기 시작하고 있다"면서 브릭스가 회원국 공통 관심사에 대한 구심점이 될 수 있음을 재확인했다.


2009년 창설된 브릭스는 10여년 넘게 5개국(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어오던 회원국 규모를 최근 11개국(이집트·에티오피아·이란·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인도네시아 합류)으로 늘리면서 영향력을 키웠다. 브릭스 국가들의 달러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세계 경제의 약 39%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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