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트럼프 관세 서한 발송에 일제 하락…테슬라 6.8% 급락

트럼프, 관세 서한…"韓·日 모두 25%"
8월1일 발효…무역 협상 시간 3주 벌어
美 재무 "48시간 내 여러 무역 합의"
테슬라, 머스크 신당 창당 선언에 7% ↓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가 7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세로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일본을 포함해 각국을 상대로 관세 서한을 발송하면서 무역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감이 투심을 짓눌렀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국정 의제를 담은 감세법안을 비판하며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데 이어 최근 신당 창당을 재차 선언하면서 7% 가까이 급락했다.


게티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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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22.17포인트(0.94%) 하락한 4만4406.36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49.37포인트(0.79%) 내린 6229.9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88.59포인트(0.92%) 밀린 2만412.52에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주요 교역국에 발송한 관세 서한이 주식 매도 흐름을 부추겼다. 그는 이날 오후 12시께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과 일본 정상에 보내는 관세 서한을 가장 먼저 공개한 뒤 두 국가에 8월1일부터 상호관세 25%를 각각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번 상호관세는 기존 품목별 관세와는 별도로 적용된다. 관세를 피하려고 제3국을 경유하는 환적 상품에 대해서도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경고했다. 이 외에도 말레이시아(25%), 미얀마·라오스(40%), 카자흐스탄(25%), 남아프리카공화국(30%) 등에도 새로운 관세 부과를 통보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가능성을 열어 뒀다. 그는 한국에 보낸 서한에서 "무역 시장 개방과 관세·비관세·정책 및 무역 장벽 철폐를 원한다면 우리는 아마도 서한 내용 조정을 고려할 것"이라며 "관세는 상향 또는 하향 조정될 수 있다. 한국은 결코 미국에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교역국이 8월까지 남은 3주가량 협상 시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평가다.


백악관도 상호관세 유예 기한이 8일에서 다음 달 1일로 연장된다고 확인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유예 기간을 8월1일로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이날 서명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서한 발송은 무역 협상 중인 각국에 추가 양보와 신속한 합의 타결을 촉구하며 압박 수위를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지난 4월2일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한 뒤 기본관세 10% 외에 추가 관세를 나라별로 차등 부과하며 90일간 유예 기간을 적용했다. 이 기간 무역 합의를 목표로 각국과 협상을 벌였고 유예 조치는 9일 오전 0시1분 종료된다. 미국이 현재 무역 합의를 체결한 곳은 영국과 베트남 2곳뿐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앞으로 이틀 내에 추가 무역 합의가 타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협상과 관련해 많은 사람이 입장을 바꿨다"며 앞으로 48시간 내에 여러 무역 합의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젯밤 내 메일함은 수많은 새 제안과 제의로 가득 찼다"며 "앞으로 며칠간 아주 바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젠트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제드 엘러브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낙관적인 전망을 감안할 때 관세 논의는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관세에 대한 얘기가 많아질수록 시장의 행복감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 스탠리의 세스 카펜터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단기 합의는 범위가 제한적이고 해답이 없는 여러 의문을 남긴다"며 "무역 불확실성을 줄이는 포괄적인 무역 합의는 최종 확정까지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진행 중인 조사와 법적 문제도 더욱 명확해져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종목별로는 테슬라가 6.79% 급락했다. 머스크 CEO가 지난 5일 공화·민주 양당을 대신할 제3의 신당, '아메리카당'을 세우겠다고 발표하면서 이 같은 행보가 테슬라 사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머스크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으나 감세안을 비판하며 갈등이 격화됐고, 신당 창당까지 선언하면서 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도 품목별 관세가 별도 부과된다고 밝힘에 따라 도요타와 혼다는 각각 4.02%, 3.86%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0.69% 미끄러졌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1.69%, 0.22%씩 약세를 나타냈다.


미 국채 금리는 장기물 중심으로 상승세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보다 6bp(1bp=0.01%포인트) 뛴 4.38%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1bp 오른 3.89%를 기록 중이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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