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5% 관세 서한…문은 닫지 않았다, 벽에 시계를 걸었을 뿐

트럼프 "내달 1일부터 한국산 제품에 25% 관세" 서한
정부 "사실상 조건부 유예…협상에 박차"

트럼프, 25% 관세 서한…문은 닫지 않았다, 벽에 시계를 걸었을 뿐 원본보기 아이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 전반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시행 시점을 8월1일로 못 박은 점에서, 이를 단순한 철회 불가 선언이 아닌 협상의 여지를 남긴 '기한 설정' 압박으로 보는 해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이번 서한을 사실상 상호관세 부과 유예 연장으로 보고, 남은 기간 실질적 성과 도출에 집중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서한은 사실상 상호관세 부과 유예가 연장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남은 기간 동안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상호 호혜적인 결과 도출을 위해 협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시20분(한국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인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한국 정부에 발송한 공식 서한을 공개했다. 서한에는 한국산 제품 전반에 대해 8월1일부터 25%의 일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과 함께 ▲환적을 통한 관세 회피 시 고율 관세 적용 ▲보복 관세 시 상계 조치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또 관세 면제 조건으로 미국 내 생산 확대와 규제 철폐, 시장 개방 등이 언급됐다. 한국의 대응 수준에 따라 관세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압박 카드'를 통해 보다 실질적인 양보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도 "정부 출범 이후 국익을 최우선 원칙으로 협상에 임해왔으며, 다만 모든 쟁점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조치는 관세 시행을 명확히 경고하는 동시에, 한국의 추가 대응에 따라 조정될 수 있는 협상의 여지를 남긴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한미 양국은 최근까지 '줄라이 패키지 협상'을 통해 자동차, 철강, 배터리 등 주요 품목에 대한 상호관세 유예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해왔다. 특히 우리 정부는 이 협상을 위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각각 통상·안보 분야 수석대표로 미국 워싱턴D.C.에 파견해 막판 조율에 나선 바 있다. 여 본부장은 관세 유예 및 조정의 근거로 대미 투자 확대와 제도 개선 방안을 설명했고, 위 실장은 전략산업 협력을 통한 안보적 연계 가능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은 이 같은 협상이 마무리되기 전에 공개된 것으로, 한국 측에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선택을 요구하는 압박 수단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는 이번 기회를 단기 대응을 넘어 중장기 산업전략 차원에서도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남은 기간 동안 미국의 핵심 관심사에 부합하는 조치를 중심으로 대응 전략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이 강조하는 '무역적자 해소'에 있어서는 농축산물 수입 확대, 디지털 시장 추가 개방 등이 협상 카드로 거론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에서 직접 언급한 '미국 내 생산 확대' 요구에 부응해 한국 기업들의 현지 공장 증설 및 투자 계획을 구체화해 전달하는 방안도 유력하다. 국내적으로는 투자환경 개선, 불필요한 규제 완화 등의 제도 개선안을 제시함으로써 양국 간 제조업 협력을 강화하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평가다.


산업부는 "미국과의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을 통해 핵심 산업의 성장 기반을 다지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며 "무역적자 해소뿐 아니라 국내 제도 개선과 규제 합리화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업종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현장 대응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산업부는 이날 제1차관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자동차, 전기차, 철강, 반도체 등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관세 부과가 미칠 영향을 점검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업별 대응 방안과 공급망 조정 가능성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무역 환경의 급변에 대응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산업 전반의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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