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힘 혁신 작업이 당내 주류 세력에 가로막힌다면 "자폭 선언을 해버려야 한다"고 했던 조언이 금세 현실화했다. 해당 발언이 라디오 방송에서 나온 직후 안 의원이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자신과 합의되지 않은 혁신위원 인선안을 의결했다며 혁신위원장에서 물러난 것이다.
조 대표는 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대선 패배 뒤 한 달 동안 반성과 쇄신에 실패했다고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조 대표는 국민의힘이 "도로 윤 어게인 당이 돼버렸다"며 송언석 원내대표, 정점식 사무총장, 김정재 정책위의장 등 당 3역이 모두 친윤계로 채워지며 친윤당으로 회귀했다고 짚었다.
이어 현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 "딱 두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계엄 옹호 그리고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 편승하는 입장"이라며 "두 입장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가 한 번도 없는 상태에서 똘똘 뭉쳐서 기득권 지키는 일을 지금 하고 있다. 국민들이 바보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국민의힘 쇄신을 위해서는 당내 인적 청산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블랙리스트'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안철수 혁신위원회'가 이런 작업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적 청산의 기준에 대해서는 "우선 계엄에 찬성한 사람, 부정선거 음모론에 편승한 사람들"을 지목했다.
특히 그는 국민의힘 내부에 드러나지 않는 기득권층인 '언더 찐윤'을 언급했다. '언더(Under) 찐윤'은 친(親)윤석열계 핵심 인사를 뜻한다. 조 대표는 "(국민의힘 내에) 20명의 진짜 실력자가 있다. 그 사람들이 (당을) 좌지우지한다"며 "대부분 다 대구 경북 출신 같은데 그 사람들이 진짜 무섭다. 그런데 이름이 별로 안 알려져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거는 안 의원이 자폭 선언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안 의원은 이날 오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를 거부한다"며 혁신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조 대표의 조언이 곧바로 현실이 된 셈이다. 안 의원은 '인적 쇄신안'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에 타진했지만, 비대위에서 '받지 않겠다'는 답변을 들어 혁신위원장직을 내려놓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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