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소 떼를 피해 사람들이 도망치는 엔시에로(황소 달리기)로 유명한 스페인 3대 축제 중 하나인 '산 페르민(San Fermin)'이 6일(현지시간) 9일간 이어질 축제의 막을 올린 가운데 남녀 수십명이 상의를 탈의한 속옷 차림으로 모여 엔시에로와 투우 경기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6일 스페인 북부 팜플로나 시청 밖 플라자 콩시스토리얼에서 열린 산 페르민 축제의 공식 시작을 알리는 '추피나소'(폭죽 발사) 행사 참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유로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스페인 북부 팜플로나 중앙광장에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 축제의 시작을 축하했다. 특히 올해는 전통적으로 축제의 시작을 알리면서 폭죽을 쏘는 '추피나소' 전 "자유로운 팔레스타인 만세"라는 구호가 울려 퍼진 것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호세바 아시론 팜플로나 시장은 "팜플로나는 일 년 중 가장 달콤한 시기이지만 세계 다른 지역에서는 진정한 대량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로뉴스는 팜플로나 시청광장에만 1만4000명 이상이 모였으며, 팜플로나 거리 곳곳에서 2만5000명 이상이 축제 첫날 행사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새하얀 상·하의에 붉은 띠를 두른 차림으로 전통을 이어갔다. 또 추피나소 직후 저마다 손에 든 붉은 수건을 흔들어 파도처럼 일렁이는 장관이 연출되기도 했다. 9일간의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엔시에로는 7일부터 시작된다. 이 황소 달리기에서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구불구불한 자갈길을 달리는 황소 6마리를 피하기 위해 전력 질주한다.
팜플로나가 축제 분위기로 한껏 들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엔시에로와 투우 경기를 비판하는 동물권 운동가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국제 동물권 단체인 페타와 이나마나투랄리스 소속 활동가 수십명은 산 페르민 시작을 하루 앞둔 5일 상의를 탈의한 채 속옷 차림으로 모여 죽어가는 소들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머리에 소뿔 모양의 장식을 달고 온몸에는 흐르는 피를 연상시키는 붉은 물감을 칠한 채 인간의 쾌락을 위해 희생당하는 소를 기렸다. 투우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불법이지만, 스페인에서는 여전히 합법이다.
투우를 둘러싼 논란과 동물권 운동가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산 페르민 축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참여하는 인기 축제로 자리하고 있다. 이 축제에는 80개국 이상에서 약 100만 명의 참가자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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