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챙기기조차 어려워지는 세상...수입콩 물량 줄이는 정부, 두부 대란 우려

정부가 수입콩 공급 줄여…중소기업 타격 예상
소비자 물가 상승, '10월 두부 공급난' 우려도

"이대로라면 10월이면 공장을 멈춰야 할 상황입니다." 국내 한 두부 제조업체 대표의 토로다. 원료인 콩이 부족해 몇 달 뒤면 더는 두부를 만들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정부가 올해 수입 대두(콩) 직접공급 물량을 줄인 것과 관련이 깊다. 서민 밥상뿐만 아니라 식당, 학교 급식 등에 빠지지 않는 두부 공급난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8일 두부 제조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 공급되는 수입 콩 공급량이 지난해 대비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 추산한 자료를 보면 올해 수입 콩 직접 공급량은 24만8389t으로, 지난해 공급 계획량 대비 3만7192t 감소할 것으로 파악됐다. 전년 대비 13% 줄어드는 셈이다.

수입관리 품목으로 정부가 공급을 통제하고 있는 콩은 '저율관세할당(TRQ)' 제도를 통해 세계무역기구(WTO) TRQ와 자유무역협정(FTA) TRQ 물량을 공급한다. 매년 약 28만t을 공급하는데 이 중 75% 이상을 차지하는 WTO 물량에서 기본 물량만 공급하고 증량을 하지 않아 약 3만8000t이 부족하게 된 것이다. 수입 콩 사용 업계는 국영무역이나 수입권 공매 등을 통해서도 일부 원료를 조달할 수 있지만, 이 물량 역시 지난해보다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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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을 원료로 쓰는 기업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재고 확보 등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심각한 원료 수급 불안정 사태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두부의 80%는 수입한 콩으로 만드는데, 이런 수입 콩 두부는 국산 콩에 비해 훨씬 저렴해 중소업체가 주로 생산·판매하고 있다. 중소 두부 제조 업체는 전국에 1800여개에 이른다. 이 업체들이 수입 콩 공급을 받지 못해 공장 가동 중단 상황까지 내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수입 콩 직접 공급을 줄인 이유는 국산 콩 보호를 위해서다. 그동안 쌀 적정 생산 방안으로 추진한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으로 논콩 생산량이 증가했지만 소비는 여전히 정체돼 있다. 이에 두부 등 제품에서 국산 콩 사용 비중을 높이기 위해 수입 콩 공급을 줄인 것이다.


하지만 국산 콩이 수입 콩 대비 4~5배가량 비싸, 사실상 시장이 분할돼 있어 수입 콩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게 두부 제조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차가 크기 때문에 수입 콩 공급을 줄인다고 국산 콩 소비가 늘지 않는다"며 "기존에 수입 콩을 사용하는 중소 제조업체는 이미 수입 콩 두부 시장에 특화돼 있어 국산 콩 두부 시장으로의 진입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을 농식품부도 인지하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계의 절박함과 달리 우선 국산 콩으로 얼마나 대체될 수 있는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두부 업체가 수입 콩을 국산 콩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할인 공급 사업을 했고, 이달 중 예약 물량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직은 검토가 필요한 시기"라며 "이후의 상황을 좀 지켜보면서 수입 콩 공급을 추가해서 할지, 아니면 국산 콩을 할인해서 공급을 계속할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국산 콩을 할인해 공급한다고 해도 여전히 2배 정도 가격 차이가 나 수입 콩 두부 원료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달 공급되는 국산 콩 계약 물량도 약 7000t 정도로 두부 조제 업체의 수요는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수입 콩 공급량을 줄인 채로 단가가 맞지 않는 국산 콩 소비만을 밀어붙이면 하반기부터 두부는 물론 간장, 된장 등 가공용 대두를 사용하는 중소기업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게 업계 목소리다. 두부 제조 업계 관계자는 "원료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전가될 가능성도 높다"며 "물량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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