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로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감상하며 경남 고성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멀리서부터 'SK오션플랜트'라고 써진 거대한 크레인을 만나게 된다. 현장에 도착해 실물을 보면 그 크기에 압도당한다. 이 장비는 800t의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는 '골리앗 크레인'이다.
지난 4일 찾은 경남 고성 SK오션플랜트 제1야드에서는 대만 고객사에 보낼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이 한창이었다. 3개의 작업장으로 나누어진 실내 생산시설에선 굵은 철판을 둥그렇게 구부려 후육강관을 만들고 있었다. 야외 부두에선 후육강관을 이어붙인 강철 구조물 여러 개가 옆으로 누워있었다. 이 구조물을 들어 올려 해상풍력 하구부조물을 조립할 때 골리앗 크레인이 사용된다.
후육강관은 두꺼운 철판을 구부려 만든 초대형 산업용 파이프다. 주로 천연가스 시설물, 송유관 등에 주로 쓰인다. 최대 지름은 10m, 두께는 최대 15㎜에 이른다.
SK오션플랜트는 2019년부터 후육강관을 이용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을 생산, 대만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기준 대만 해상풍력 시장의 44%를 차지하며 아시아 최대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제작 업체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대만 해상풍력에 공급한 하부구조물은 약 190여기, 발전용량 기준으로는 2GW 규모에 달한다.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은 바닷속에서 타워, 터빈, 블레이드 등 상부 구조물을 지탱해주는 역할을 한다. 형태에 따라 다리가 1개면 모노파일, 여러 개면 재킷으로 구분한다. SK오션플랜트는 재킷 방식에 주력하고 있다.
재킷은 크게 레그(Leg), 엑스브레이스(X-brace), 트랜지션 피스(Transition piece)로 구분한다. 특히 재킷의 맨 윗부분에 해당하는 트랜지션 피스는 상부 구조물의 무게와 진동이 집중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고객사의 요구 사양이 까다롭고 형태가 프로젝트마다 달라 노하우와 기술력이 필수다. SK오션플랜트는 세계 최고 수준의 트랜지션 피스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인근에 있는 SK오션플랜트의 제2야드에서는 조금 더 큰 재킷을 생산한다. 최대 94m로 아파트 35층 높이다. 무게는 2200t에 달한다. 2야드의 면적은 51만㎡로 1야드(41만9000㎡)보다도 넓다. 1야드에서 상부 재킷을 제작하면 바지선으로 2야드로 옮겨 하부 재킷과 최종 연결한다. 완성된 재킷은 배에 선적해 발주처에 전달한다. SK오션플랜트는 2500t까지 들어 올릴 수 있는 재킷리프트툴(JCT)도 갖추고 있다.
1야드와 2야드에서는 연간 40기의 해상풍력 하부구조를 생산할 수 있다. 정진엽 SK오션플랜트 영업팀 책임은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을 완성하는 데는 11~12개월 정도가 걸린다"며 "연속 생산 방식으로 10일에 1기씩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오션플랜트는 제1야드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제3야드(신야드) 건설 작업도 한창이었다. 이날 방문한 신야드에서는 덤프트럭이 연신 흙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케이슨(속이 비어 있는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으로 안벽을 세운 뒤 토석으로 빈 곳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신야드는 7월 현재 1단계 매립 공정이 95%까지 완료된 상태다. 1단계 공정이 끝나면 본격적인 상부 생산 시설 건설을 시작한다. 2022년부터 시작한 공사는 2028년 최종 완공될 예정이다.
신야드가 완공되면 축구장 220개 크기인 약 157만4300㎡의 규모로 세계 최대 해상풍력 하부구조 생산시설이 될 전망이다. 배를 접안할 수 있는 메인 안벽만 1.2㎞에 달한다.
SK오션플랜트는 신야드를 부유식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전용 시설로 개발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부유식 기준으로 연간 40기의 하부구조물을 생산할 수 있다"며 "15㎿ 발전기 기준 600㎿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 앞바다에서 진행하고 있는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겨냥한 것이다.
특히 신야드는 하부구조물을 생산한 뒤 타워, 블레이드, 나셀 등 상부구조물까지 결합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출 수 있도록 설계됐다. 부유식 해상풍력을 아예 부두에서 완성한 뒤 배에 선적해 목적지에서 설치만 하면 되는 것이다.
대만 사업의 성공에 힘입어 SK오션플랜트의 수주도 이어지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3834억원 규모의 국내 안마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공사를 수주한 데 이어 2000억원 규모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따냈다. 잇단 수주에 SK오션플랜트는 올해 1조원대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3년에는 9250억원, 지난해에는 662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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