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독일 연방헌법수호청(BfV)이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우익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하자 여기에 반발한 AfD지지자들이 베를린 시내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독일 연정의 한 축인 사회민주당(SPD)이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해산 절차를 추진 중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AfD가 지난 2월 총선에서 20% 이상 지지율을 획득할 정도로 인기가 많아 자칫 정당 해산을 무리하게 시도할 경우 극우정당 지지층만 더 두터워지는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독일 공영방송인 도이치벨레에 따르면 SPD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전당대회를 통해 AfD를 위헌정당으로 규정하고 이를 해산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SPD는 전당대회에서 AfD 해산을 위한 촉구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됨에 따라 독일 헌법재판소에 AfD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심판을 청구할 계획이다.
SPD 공동대표인 라르스 클랑바일 독일 부총리는 전당대회에서 "정보기관이 해당 정당을 극단주의 세력이라고 확정한 상황에서 망설이고 있을 여지가 없다"며 "이제 헌법재판소에서 AfD의 위헌여부를 결정하는 동의안을 즉시 제출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초 독일 연방헌법수호청(BfV)은 AfD에 대해 "우익 극단주의 세력으로 입증됐다"며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는 의심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BfV는 "AfD가 이슬람교도 출신 이주민을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인종과 민족에 대한 배타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당국은 2021년부터 AfD를 우익 극단주의 의심단체로 분류해 감시를 시작했으며 앞으로는 통신추적 등과 관련한 의회 승인절차가 더욱 간소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독일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절차와 요건이 까다로워 해산신청이 기각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독일 헌법재판소에 위헌정당 해산심판을 제기해 특정 정당이 해산되려면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반하는 행동 및 호전적인 입장 ▲민주주의에 실질적 위협을 가할만한 대중적 지지 등 두가지 요건을 갖춰야한다. 요건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재판이 장기간 진행될 수 있다.
네오나치(신나치) 정당을 표방하는 소수정당 '디 하이마트(die Heimat)'당의 경우 2003년과 2007년, 2021년 세차례에 걸쳐 위헌정당 해산심판을 받았지만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할만한 대중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모두 부결됐다. 공적자금 지원 및 정당 세금 혜택만 박탈됐다.
틸 홀터후스 독일 뤼네베르크 류파나대학 헌법학 교수는 CNN에 "위헌정당 해산심판은 수천페이지에 달하는 증거를 검토하고 증인들의 진술을 거쳐 해당 정당이 진짜 위헌을 했는지 여부를 심사한다"며 "2차대전 이후 정당해산 결정이 된 당은 나치의 후신이었던 사회당(SRP)과 극좌인 독일공산당(KPD) 2개 뿐이다. 정당해산 자체가 정말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매우 까다롭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독일 정계에서는 자칫 해산절차가 실패로 돌아갈 경우 극우세력이 집결할 명분만 줄 수 있다며 반대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의 최측근 인사인 토르스텐 프라이 총리실장은 이달 초 독일 공영 ARD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확실한 증거를 잡지 못한다면 AfD 해산신청으로 역효과만 날 수 있다"며 "해산조치에 대해서는 좀더 신중해야할 필요가 있으며 AfD와는 정치적 수단을 통해 맞서싸워 나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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