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수주 안 합니다"…'연 70~80억' 벌어도 불법 재하도급 없이 버틴 이 회사[건설위기 보고서]

<3-5> 현장 모범 사례
방수전문 건설업체 이화공업 뚝심
실행이사에 맡기는 재하도급과 달리
모든 공정 직접 확인, 품질력 인정받아

"불법 하도급 구조로 가면 품질·안전 어느 것도 담보할 수 없다."


이화공업은 불법 하도급과 인건비 체불이 만연한 건설 현장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방식으로 공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 팀이 10년 넘게 일해온 숙련공 중심으로 꾸려진 이 회사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수주한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오광근 이화공업 부사장은 "직영 체제를 유지하려면 관리 역량을 넘는 수주는 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화공업은 방수 전문 건설업체다. 전국 현장 15곳을 운영 중이며 각 현장은 7~10명 내외 팀이 맡는다. 연간 수주액은 70억~80억원 수준이다. 대형 전문건설업체가 200억~300억원 규모로 움직이는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지만, 대신 현장 책임과 품질 관리를 끝까지 지킨다는 점에서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모범 사례'로 꼽힌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 DL이앤씨 등 주요 건설사들과 협력 중이며 현대건설에서는 안전 등 평가에서 '우수 협력사'로 4년 연속 선정됐다.


부실시공 원인 중 하나는 불법 하도급이다. 원청이 직접 공사 관리를 하지 않고 현장별로 소위 '실행이사'에게 맡기고, 실행이사가 다시 일감을 쪼개 하청을 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오 부사장은 "처음부터 실행이사 없이 직영 체제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공정 하나하나의 품질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오광근 이화공업 부사장

오광근 이화공업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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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력은 대부분 10년 이상 일한 숙련공들이다. 숙련공은 단순한 기능 인력이 아니라 자재 배치와 작업 순서를 판단해 현장의 생산성과 품질을 좌우하는 역할을 한다. 이화공업은 이런 인력이 팀을 이루고 현장을 책임지고 있어 발주처가 별도 감시 없이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업체다.

20대부터 일해온 40년 경력자도 있다. 팀마다 50~60대 고령 인력이 많지만, 신입 기능공을 보조공으로 붙여 함께 일하며 기술을 전수한다. 오 부사장은 "신규 인력은 일주일 정도 지켜본 뒤 작업 결과가 품질 기준에 못 미치면 쓰지 않는다"며 "하나의 실수가 전체 현장 품질과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인력은 투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 부사장은 특히 전문건설업체의 현장소장이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소장의 '기술력'과 '판단력'이 건설 현장의 품질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선행 공정이 마무리되지 않았으나 후속 공정이 시작되는 등 비정상적 순서로 공사가 진행되는 일이 빈번하다. 이를 파악하고 조율하는 건 현장소장의 시공 이해도와 경험에 달려 있다. 그는 "공정 순서가 1→2→3으로 흘러야 하는데, 현실에선 1→3→2처럼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며 "그때마다 소장이 현장 흐름을 파악하고 보완하지 않으면 부실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현장소장의 기술력은 현장의 리더십으로도 이어진다. 김용학 한국건축시공기능장협회장은 "전문건설업체 현장소장이 기능공의 잘못된 작업을 즉시 지적하고 수정 지시를 내릴 수 있어야 공정이 제대로 진행된다"며 "시공 과정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기능공들이 이를 간파하고 소홀하게 일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건설위기 보고서' 글 싣는 순서
<1-1> 공사 멈춘 건설현장, 무너진 일용직 삶
<1-2> "3~4곳 추가 부도"…정리대상 된 중견 건설사
<2-1> '돈줄'인줄 알았는데 '덫줄'된 PF
<2-2> 다주택 규제 완화, 지방 부동산 회복 열쇠
<3-1> "하루하루 피 말라" 흔들리는 하청·후방업계
<3-2> 대형사도 못 피한 임금체불
<3-3> LH·지자체도 임금체불 
<3-4> 대통령도 나섰다…수직 구조 개혁 시급
<3-5> 불법 재하도급 없이 버틴 이 회사
<3-6> 무너진 현장에서 손잡았다
<4-1> 외국인 건설인력, 내국인 일자리 잠식
<4-2> '외국인 규제' 아닌 '내국인 보호'로
<4-3> 채산성 악화 근본 원인 '잦은 재시공'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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