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에 전대미문의 위기가 닥쳤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건설사 3~4곳이 "부도 직전"이라는 이야기가 지역마다 들린다. 이미 올 상반기에만 신동아 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내 건설사 4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폐업을 신고한 종합 건설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326곳에 달한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5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많다.
이번 위기는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하다. 외환위기는 기업 내부 부실, 금융위기는 미국발 외부 충격이 원인이었다. 이번에는 고금리·자잿값 급등·수요 위축 등 외부 요인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공급 과잉·하도급 리스크 전가·인력 붕괴 같은 내부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위기로 치닫고 있다.
건설업의 추락은 곧 국가 경제 타격으로 이어진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석 달 만에 1.5%에서 0.8%로 절반 가까이 낮췄고, 그 주된 배경으로 건설업 장기 침체를 꼽았다. 건설업은 일자리와 경기를 동시에 떠받치는 핵심 산업이다. GDP의 15%를 차지하고, 생산액 10억원당 10.8명의 고용을 창출해 제조업(6.5명)보다 고용 파급력이 크다. 과거에는 공공 발주가 건설업 위기의 완충재 역할을 했다. 그러나 민간사업 비중이 70%를 넘긴 현재, 그 역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경제 타격은 늘 가장 취약한 곳부터 무너뜨린다. 건설 취업자 수는 지난 1년 새 9만7000명 감소하며 8년 만에 2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대부분 하루 벌이 일용 근로자다. 공사가 멈추면 곧장 생계 위기로 내몰린다. 공사대금은 하도급과 음성적인 재하도급을 거치며 각자의 마진으로 빠지고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줄거나 사라지게 된다. 이러다 임금을 미루던 업체가 부도라도 나면 해결 방법이 없다. 부도업체에 돈이 들어와도 체불된 임금을 받을 수는 없다. 선순위 채권자 몫으로 사라진다.
건설업은 전 산업 가운데 유일하게 정부가 5년 단위 인력 고용개선 계획을 수립하는 분야다. 고용 관련 특별법까지 존재한다. 퇴직금 부재, 고용 불안정 등 기존 노동법이 포괄하지 못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입법 조치였다. 그만큼 건설업은 제도적 보완 없이는 정상적인 고용 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운 산업이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어 거리로 내몰리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국가가 존재해야 할 이유를 되묻게 한다. 근로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지 않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시장을 살려 건설 경기를 일으키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반복되는 위기 속에 매번 휘청이는 근로자들의 삶을 지켜낼 수 없다. 정부가 건설산업 전반을 구조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아시아경제는 총 12회로 구성된 기획 '건설위기 보고서'를 통해 위기 실체를 짚고,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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