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취임 한 달(4일)을 넘긴 가운데 대통령실 고위급 참모진의 발걸음이 더욱 바빠졌다. 주말 사이 한미 정상회담과 임박한 관세 협상 등 여러 현안을 풀기 위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직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데 이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우상호 정무수석은 김민석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첫 고위당정협의회에 참석해 추가경정예산(추경) 신속 집행, 인사청문 절차 적극 협조 등 이 대통령의 요청과 당부를 전달했다.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이 나라 안팎의 과제를 풀기 위해 각자 동분서주한 것이다.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워싱턴D.C.로 향한 위 실장의 손에는 당장 풀어야 할 두 가지 과제가 쥐어졌다. 첫째는 관세 협상, 둘째는 연기된 한미 정상회담의 조율이다. 미국이 제시한 상호관세 유예 기한(8일)이 눈앞으로 다가온 만큼, 이번 방미는 단순한 실무접촉을 넘어 실질적 '외교·통상 해법'을 도출하는 중대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위 실장도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취재진과 만나 "그동안 한미 사이에 통상과 안보 관련한 여러 현안이 협의돼 왔다"며 "협의 국면이 중요한 상황으로 들어가고 있어 제 차원에서 관여를 늘리기 위해 방미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 방문에서도 유사한 협의를 진행했으며 이번 방미는 이 협의를 계속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회동을 통해 관세 문제는 물론 정상회담 일정까지 다룰 계획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워싱턴D.C.에 체류하며 미 무역대표부(USTR)와 유예 연장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한국은 철강, 반도체, 자동차 등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 혜택을 연장해야 하는 절박한 입장이고, 미국은 아시아 지역 공급망 안정과 대중국 견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 대통령은 미국에 보낼 수 있는 최고위급인 위 실장을 파견해 상호 이해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정무적 돌파구'를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강 실장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나 이제는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여당을 향해 국무위원 청문 절차의 조속한 마무리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사청문회를 도입한 2005년 이후 이명박 정부는 17일 만에 내각 구성을 완료했지만,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195일이 걸렸다"며 "이재명 정부는 출범 한 달이 지나 국무총리만 간신히 취임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청문 지연은 이후 일정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며 협조를 당부했다.
추경에 포함된 민생회복지원금의 신속 집행에 대한 당부도 덧붙였다. 지원 금액은 전 국민 1인당 15만원을 기본으로 하되, 소득별 맞춤형 지원을 위해 차상위계층과 한부모가족은 1인당 30만원, 기초생활수급자는 1인당 40만원이 지급된다. 정부는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 주민에게는 3만원,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농어촌 인구감소지역(84개 시군) 주민에게는 5만원을 추가로 지급한다. 강 실장은 "민생회복지원금은 내수시장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며 추경의 신속한 집행을 강조했고, "경제는 타이밍"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을 재차 언급하며, 신속한 정책집행을 위한 여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5일 토요일임에도 김 총리가 처음으로 참석한 긴급 국무회의를 열어 31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심의·의결했다. 전날(4일) 진통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예산을 곧바로 처리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추경은 매우 어려운 국민 경제 상황을 고려해서 긴급하게 편성한 추경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집행이 돼서 현장에 국민들의 삶에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해야 되겠어서 주말에 갑자기 (국무회의를) 열게 됐다"면서 "최대한 신속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각 관련 부처에서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집행 계획을 보고받고서는 소비쿠폰 지급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하지 않게 실무적으로 잘 챙겨달라 당부하기도 했다. 또 폭염 대책과 산업재해 예방, 물가 안정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문제에 대해 관계 부처의 책임 있는 대응을 주문했다.
이런 산적한 현안을 풀고자 이 대통령은 김 총리에게 "세종을 잘 챙겨달라"라는 당부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총리는 이 대통령의 당부에 따라 7일부터 일주일 동안 세종에 머물면서 국정 현안을 챙길 계획이다. 김 총리는 오는 9일 국회의사당과 대통령집무실 세종 부지를 방문하고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등과 세종 청사에서 간담회도 한다. 이 기간 서울 일정은 세종에서 출퇴근하며 소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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