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당국이 동성 커플에 공공임대주택과 정부 보조 주택 신청을 허용하기로 했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주택 당국이 "동성혼 부부가 낸 공공임대주택 신청서를 접수하면 '보통 가족들'의 신청에 적용되는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당국 대변인은 동성혼 부부의 정부 보조 아파트 신청도 동일하게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18세 이상 40세 미만 청년층이 공공·임대주택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홍콩의 주택 정책인 WSM(화이트폼 2차 시장 계획)의 기존 신청서에서는 가족 관계란에 '남편'이나 '부인'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었으나 이번 조처로 이제 성별과 관계없이 성 중립 표현인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1월 홍콩 종심법원이 동성 커플의 주거권·상속권 평등에 관한 세 건의 판결을 확정한 데 따른 것이다. 홍콩에선 1991년 동성 간 성관계가 비범죄화됐지만, 동성 커플이 법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결혼을 '남성과 여성 간의 결합'이라고 엄격하게 규정한 법 때문이었다.
지난 10여년의 무수한 법적 도전 끝에 동성 커플의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가족' 자격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신청했다 거절당한 동성 커플이 지난해 11월 종심법원에서 최종 승소하면서 전기가 마련됐다. 동성 커플의 정부 보조 주택 거주권과 동성 커플 간 재산 상속에 관한 판결도 같은 시점에 나왔다. 다만 현재도 홍콩에서 동성 커플의 결혼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SCMP는 홍콩 당국이 법원 결정에 따라 동성 커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공공임대주택 신청 양식 등을 수정하면서도 이를 공개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홍콩 일각에선 이런 '신중한 기조'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주디 찬 카푸이 홍콩 신민당 의원은 "(당국의 조치는) 양식의 변경만을 포함하는 것"이라며 "법원 판단과 일치하는 것이면서도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논쟁을 줄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제롬 야우 홍콩결혼평등권 단체 창립자는 당국의 조치를 환영한다면서도 "이런 중요한 변화가 보도자료 같은 공식 채널을 통해 널리 알려졌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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