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이 최근 제기된 유럽 주둔 미군 감축 가능성과 관련해 "현재 감축 논의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유럽 국가들의 방위비 확대가 더 시급한 과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5일(현지시간) 공개된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지금 미국 정부와 유럽 내 미군 감축에 대해 논의 중인 사안은 없다"며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유럽이 더 많은 지출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병력 규모 문제에 있어 우리 모두 유럽 내 전력 공백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며 "미국이 아시아 지역으로 전략적 중심을 옮기더라도, 그 과정에서 전력 공백이 없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뤼터 사무총장의 발언은 지난달 나토 정상들이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까지 확대하기로 합의한 이후 나온 것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유럽의 방위 책임 확대' 기조에 사실상 호응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현재 유럽 전역에 최대 10만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으며, 이 중 약 2만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증파됐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일부 병력을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러시아가 재기하며 전쟁이 격화하는 상황에 미국이 유럽 방어에 손을 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뤼터 사무총장은 "미국이 유럽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미국이 유럽에 기대하는 것은 유럽이 스스로 더 많은 방위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이는 논리적"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의 계획은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부담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나토 방위를 자립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될 때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중심을 옮길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 같은 접근은 유럽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며 "중국과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연루돼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뤼터 사무총장의 이 같은 태도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이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얻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고 전했다. 실제 인터뷰에서도 뤼터 사무총장이 트럼프와 각을 세우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다.
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아빠'(Daddy)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 "칭찬받을 만한 사람은 칭찬받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며 과도한 아부라는 일각의 지적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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