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습관이 감염성 세균에 노출되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프리머로즈 프리스톤 영국 레스터대학교 임상 미생물학 교수는 최근 현지 매체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화장실 안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손 씻기 효과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아무리 손을 깨끗이 씻더라도, 오염된 기기를 다시 만지면 손에 세균이 옮겨붙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화장실은 대장균과 녹농균 등 다양한 병원균이 퍼질 가능성이 높은 장소다. 대장균은 심한 설사와 복통을, 녹농균은 폐나 혈액 감염 등 치명적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공기를 통해 주변 표면에도 손쉽게 확산된다.
특히 변기 물을 내릴 때 생기는 물방울 분산 현상이 세균 확산의 주요 통로로 지목된다. 미국 콜로라도 볼더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변기 물을 내리는 순간 공중으로 튀는 물방울이 빠른 속도로 욕실 전체로 퍼지며 세균도 함께 확산시킨다. 입자가 작을수록 공기 중에 더 오래 머물 수 있으며, 세면대, 수건, 문손잡이 등도 쉽게 오염된다.
뚜껑을 닫고 물을 내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애리조나대의 관련 실험을 보면 뚜껑이 세균이나 바이러스 확산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스톤 교수는 "욕실 안 모든 표면이 세균 노출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얼굴과 손에 밀접하게 접촉하는 휴대폰은 더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화장실에 휴대폰을 아예 들고 가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다만 휴대폰을 꼭 들고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사용을 최소화하고 바닥이나 물탱크 위에 두지 말아야 하며, 외부에 나와서는 반드시 알코올 성분이 함유된 물티슈 등으로 기기를 소독해야 한다. 프리스톤 교수 본인도 일주일에 2회 이상 소독을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화장실은 병원성 세균이 가장 많이 존재하는 공간 중 하나"라며 "생활 속 작은 위생 습관만으로도 감염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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