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18개, 화장실 2개"…월세는 '4분의 1 수준' 어디길래

월세 부담 피해 지하 벙커로 이사
캘리포니아 평균 월세의 4분의 1

미국에서 한 여성이 치솟은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 지하 벙커에서 생활하는 사연이 알려지며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 뉴욕포스트는 최근 보도를 통해, 케이틀린 존슨이라는 여성이 지난해 4월 뉴욕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뒤 친구의 집 뒷마당에 있는 지하 벙커를 월세 500달러(한화 약 68만 원)에 임대해 거주 중이라고 전했다.

케이틀린 존슨이 거주 중인 지하 벙커로 들어가는 입구. 뉴욕포스트

케이틀린 존슨이 거주 중인 지하 벙커로 들어가는 입구. 뉴욕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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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벙커는 욕실과 주방, 침실, 거실 등 주거에 필요한 공간은 물론, 2층 침대 18개와 별도 화장실 2개, 샤워실도 갖춘 비교적 넉넉한 구조다. 원래 이 벙커는 이전 집주인이 만든 것으로, 케이틀린의 친구가 2022년 이 주택을 매입한 뒤 발견하게 됐다.


케이틀린은 뒷마당과 벙커의 관리 업무를 조건으로, 현 시세에 비해 크게 낮은 가격에 거주할 수 있게 됐다. 그녀는 "캘리포니아에서 원룸 하나만 빌려도 월 1500~2000달러(약 200만∼270만 원)는 기본"이라며 "벙커 생활로 매달 약 1500달러를 아낀다"고 설명했다.


지하 공간인 만큼 일반 주거환경과는 차이가 있지만, 그는 "조용하고 전화나 와이파이도 잘 터져 생활에 불편함은 없다"고 했다. 자연광이 거의 들지 않는 특성은 오히려 수면에 도움이 된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시간 개념이 흐려지는 점은 단점으로 꼽았다. 그는 "10피트(약 3m)·4피트(약 1.2m) 크기의 두꺼운 문이 두 개 있는데, 낮에는 열어두고 자연광을 들인다"며 "겨울철엔 조금 힘들지만, 야외에서 일하는 일이 많아 큰 지장은 없다"고 말했다.


케이틀린은 "이곳이 평생의 집은 아니겠지만, 지금은 만족한다"며 "예전에 뉴욕에서 벙커보다도 더 열악한 집에 살았던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미국에서는 1950~1960년대,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이 심화되면서 핵 공격에 대비해 지하 벙커를 짓는 문화가 퍼졌다. 당시엔 민방위 차원에서 일반 가정에도 방공호나 벙커 설치를 권장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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