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어린아이가 온천을 다녀온 직후 극히 드문 치명성 감염병에 걸려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 놓였다. 감염된 병원체는 뇌 조직을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진 '파울러자유아메바'다.
중국 현지 언론은 푸젠성 샤먼 지역의 한 온천을 방문한 5세 여아가 최근 이 아메바에 감염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이 아동은 가족과 함께 지난달 두 차례 해당 온천을 찾아 물놀이를 즐겼고 약 일주일 후 두통과 구토, 미열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으며 병원 입원 하루 만에 혼수상태에 빠졌고 현재는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 병원 측은 검사를 통해 파울러자유아메바 감염을 확인했다.
이 원충은 사람의 코를 통해 체내에 들어온 뒤 뇌로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는 병원체다. '뇌 먹는 아메바'라는 별명이 붙었다. 감염 시 대부분의 환자가 수일 내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미경을 사용해야 볼 수 있을 정도로 미세한 크기의 이 생물은 고온의 담수 환경에서 주로 발견되며, 특히 여름철 강이나 호수, 온천 등에서 물놀이 도중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
감염자의 초기 증상은 일반적인 바이러스성 질환과 유사해 진단이 어렵다. 두통, 오심, 발열 등으로 시작해 빠르게 의식 저하와 혼수로 이어질 수 있으며, 단기간 내 중증으로 발전하는 특징이 있다. 치사율이 최대 98%에 달하고 설령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식물인간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사람 간 전파는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내 감염 사례는 매우 드물지만, 보고된 대부분의 환자가 아동 또는 청소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 속도가 빠르고 면역 체계가 반응할 여유가 없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다.
중국 푸단대학 부속 병원의 왕신위 전염병과 부소장은 "병원균이 후각 신경을 통해 곧장 뇌에 도달하기 때문에 증상 발현 후 회복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감염 예방이 유일한 방어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예방을 위해서는 야외에서 물놀이를 할 경우 코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물속에 들어갈 때 코를 막거나 코마개를 착용하고, 바닥의 침전물을 건드리지 말 것을 권고했다. 물놀이 후에는 생수나 끓인 물로 코를 세척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담수에서 다이빙하거나 수영할 때 코 보호 장비를 착용할 것과 코 세척 시 반드시 멸균수나 끓인 물을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염소 처리된 수영장이나 해수에서는 해당 아메바가 생존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파울러자유아메바는 1937년 미국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이후 수십 년간 세계적으로 약 380여 건의 사례가 보고됐다. 미국에선 1962년부터 최근까지 160여 명이 감염됐고, 이 중 생존자는 단 4명에 불과하다.
한국에서도 2022년 태국에서 감염된 후 귀국한 50대 남성이 사망한 사례가 있다. 국내에서는 첫 사례였다. 일본, 대만, 태국, 인도 등 아시아 각국에서도 드물지만 유사 감염 사례가 확인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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