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반토막 났는데"… 교육세는 요지부동[세제, 이건 바꾸자]

5조원대 규모로 몸집 키운 교육세
금융·보험업자 수입액 4년 연속 증가
교통·에너지·환경세 1조원대 유지

목적세 원칙 어긋난다는 평가 나와
금융·보험업 부담 소비자 전가 문제도
"교육재정교부금 대신 다른 데 쓰여야"

교육세를 두고 과세 적정성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학령 인구가 과거 대비 절반 규모로 줄어들고 있지만 교육세는 오히려 늘고 있어서다. 목적세임에도 금융·보험업자 수입액뿐 아니라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교육과 관련 없는 세원을 토대로 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교육세 세원과 연관된 지출을 늘리거나 교육세 대신 다른 이름으로 세수를 확보해 꼭 필요한 곳에 재원을 써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새학기를 앞둔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창신동문구완구시장을 찾은 학부모와 학생 모습. 연합뉴스

새학기를 앞둔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창신동문구완구시장을 찾은 학부모와 학생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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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세는 교육의 질적 향상 과정에서 필요한 교육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걷는 목적세이다. 목적세는 세수 용도를 특정해 관련 경비에만 충당하는 조세를 말한다. 교육세는 각 시도 교육청으로 내려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의 재원으로 쓰인다. 금융·보험업자 수입액(0.5%)뿐 아니라 교통·에너지·환경세(15%), 개별소비세(15~30%), 주세(10~30%) 등에 추가로 부과돼 걷히는 식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교육세 징수액은 2023년 기준 5조1506억원으로 전년 대비 10.92% 증가했다. 공공데이터포털에서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05년부터 살펴보면 3조원대이던 징수액은 2010년(4조3072억원) 4조원대를 찍은 뒤 2017년(5조71억원) 5조원대까지 늘었다. 최근 몇 년간 징수액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5조원대 안팎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교통·에너지·환경세뿐 아니라 금융·보험업자 수입액에서 걷는 교육세가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실제 금융·보험업자 수입액에서 걷는 교육세는 2015년(1조35억원) 1조원대로 접어들었고, 2020년부터는 4년 연속 증가했다. 2023년(1조7504억원)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1조6272억원)를 처음 앞지르며 가장 큰 비중(33.98%)을 보였다. 2005년부터 2022년까지 비중이 가장 컸던 교통·에너지·환경세는 2021년(2조4964억원)까지 2조원대였지만 2022년(1조6692억원)부터 유류세 인하 조치로 1조원대를 유지 중이다. 금융·보험업 수익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까지 끝나면 교육세는 더 증가할 수 있다.


문제는 늘어나는 교육세를 제대로 쓰고 있지 못한다는 점이다. 교육세가 목적세임인 만큼 세원과 세금의 관련성이 높아야 하지만 금융·보험업자 수입액뿐 아니라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대다수 세원은 교육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과거 1000만명을 훌쩍 넘기던 학령 인구가 현재 절반 가까이 줄었음에도 조세 원칙에 어긋난 교육세를 유지하는 게 맞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보험업자에 부과되는 교육세 부담이 관련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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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세무학회가 지난 3월 발간한 세무학연구 제42권 제1호에 담긴 '금융·보험업에 대한 교육세 개편에 관한 연구:과세의 적정성과 과세표준 산정방식을 중심으로'에는 "금융·보험 서비스 고객이 교육세를 부담할 경우 교육세를 부담하면서 기대하는 특정 공공 서비스 혜택의 미래 수혜자가 되는 것이 적절하다"며 "그러나 현행 교육세 세출은 초중등 교육 재정에 투입되고 있고 이는 금융·보험 서비스 고객이나 금융·보험업자가 기대하는 특정 공공 서비스 혜택이 아니다"는 지적이 담겼다.


국회예산정책처에 2022년 제출된 연구용역 보고서 '목적세 제도의 평가와 정책 방향 연구'에서도 교육세와 관련해 "대부분 과세 항목이 수혜자 부담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담겼다. 또 "인구 구조 변화로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세입이 세수입 규모에 의해 결정돼 지출 수요 변화에 따른 세입 조정이 불가능함" 등이 지적 사항으로 꼽혔다. 실제 교육세를 재원으로 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예산 불용액이 수년간 조 단위에 머무르고 있어 지적을 받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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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육세 폐지뿐 아니라 재원 조정 등의 개선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보험 서비스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금융·보험 교육에 교육세를 투입하거나, 유럽 금융거래세처럼 금융시장 안정화 기금으로 교육세를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자원 개발이나 신재생 에너지 육성 등에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반도체와 배터리, 인공지능(AI) 등 국가 대항전이 펼쳐지는 첨단산업 분야를 키우는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새 정부는 교육세가 금융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문제를 살펴볼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은행 가산금리를 산정할 때 교육세 등이 포함된 법정 비용이 금융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은행법을 개정,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전반적인 교육세 개편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구상이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에는 목적세 폐지를 위해 교육세를 본세에 흡수 통합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이 나온 바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목적세는 편익(혜택)을 받거나 비용을 유발하는 원인자가 부담한다는 두 가지 원칙이 있는데 교육세는 모두 맞지 않는다"며 "과세 원칙에 어긋나는 예외적인 목적세 종류"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세가 교육재정교부금으로 들어가는데, 교육재정교부금이 문제가 있는 만큼 관련 재원으로 쓰기보다는 다른 쪽으로 활용하는 과세를 유지하되 교육세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걷어서 쓰는 게 더 맞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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