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삼성물산 과 현대건설 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지난 2월 '책임경영' 차원에서 자사주를 매입한 이후, 5개월 만에 수십 퍼센트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건설주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면서, 저점에서 주식을 사들인 경영진이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기는 모양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일 종가 기준 현대건설 주가는 7만1300원이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는 지난 2월 자사주 2000주를 평균 3만100원에 매입했다. 수익률은 무려 137%에 이른다. 6020만원을 들여 사들인 주식이 1억4260만원으로 불어난 것이다. 평가차익만 8240만원에 달한다.
비슷한 시기 자사주를 매입한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의 수익률도 순항 중이다. 오 대표는 지난 2월 자사주 2000주를 주당 11만8350원에 매입했다. 현재 주가(4일 종가 16만2500원) 기준으로 주당 약 4만4150원, 총 8830만원의 평가차익을 기록 중이다. 수익률은 약 37.3%다.
양사 CEO는 주식 매입 전, 실적 개선과 중장기 성장 가능성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대표를 포함한 주요 임원이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경영 차원에서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밝혔고, 현대건설도 "올해부터 본격적인 턴어라운드가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대규모 해외 손실로 1조2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올해 에너지 신사업 중심으로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건설주 전반의 주가 흐름도 빠르게 회복됐다. 올해 들어 건설업 업종 지수는 56.34% 상승해,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27.32%)의 두 배를 넘었다. 업종별 상승률 순위에서도 기계장비(77.03%), 전기가스(74.80%), 증권(74.52%)에 이어 4위를 기록 중이다.
증권가는 지난달 말 발표된 새 정부의 대출 규제에 따라 단기적인 조정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승준·하민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건설업종에 대해 '비중확대(Overweight)' 의견을 유지하되, 단기적으로는 관망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주택 경기의 본격 회복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최근 6억원 초과 잔금대출 제한 등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시행으로 청약 수요 위축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건설주가 상승 사이클을 탈 시점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주택 물량 확대가 2026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며, 올해부터 2029년까지 실적 증가도 기대된다"며 "건설주는 상승 사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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