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일본의 사법제도를 비교했을 때, 먼저 꼽을 수 있는 차이라면 사형제도일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사형제도는 있지만 1997년 이후 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인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되죠. 그러나 옆나라 일본은 여전히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바로 지난달 27일 사형을 집행하면서 이와 관련된 찬반 논란이 다시 떠오르고 있죠.
우리나라에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흉악범죄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을 요구하며 사형제를 부활하자는 여론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떨까요. 사형 집행을 실질적으로 하는 나라에서는 이런 고민이 아예 없어지게 될까요? 이번 집행과 관련해서 일본 언론은 여러 이야기를 보도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일본의 사형제도와 관련해 3년 만에 사형을 집행한 이유, 그리고 이후 계속되고 있는 보도들을 정리해 알려드립니다.
이번 형이 집행된 사람은 34세 남성, 연쇄살인범 시라이시 다카히로입니다. 시라이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우울한 게시글을 올리는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고 접근합니다. 그렇게 10·20대 9명을 한명씩 자신의 아파트로 불러 현금을 갈취하고 살해합니다. 이 과정에서 8명의 여성 피해자들은 성폭행까지 저지른 정황이 드러나는데요. 피해자 시신은 모두 자택에 보관했다고 합니다. 체포된 뒤 혐의를 인정하고, 2021년 1월 사형을 선고받게 됩니다. 그리고 4년 만에 사형이 집행된 것인데요.
이 시라이시의 범행 동기 등을 묻기 위해 여러 차례 면회를 가진 기자가 있습니다. 이 사람에 따르면 시라이시는 초반에는 "후회는 없다. 체포된 건 후회하지만 내가 한 일은 후회가 없다"라고 말하거나, "SNS로는 사람들이 잘 걸려들어서 편리했다. 외롭다거나 살고 싶지 않다는 글을 올리는 사람들에게 닥치는 대로 메시지를 보냈다. 피해자들은 체포될 때까지 이름도 몰랐다"고 말하기까지 해 공분을 샀습니다.
그러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유족들이 큰 상실감과 나에 대한 분노를 갖고 있다. 내가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하거나, 판결을 앞둔 아침에는 "내가 사형을 당할만한 일을 했기 때문에 사형당할 각오가 돼 있다"라고 입장을 바꿨는데요. 도쿄지방법원에서 사형 판결이 떨어지고 변호인 측이 항소했지만, 본인이 소를 취하해 1심에서 바로 사형이 확정됐습니다. 재판부는 "자기 욕망을 목적으로 한 중대 범죄로 정신적으로 약한 피해자만 노려 계획적으로 범행했다. 교활하고 비열하다"며 형을 선고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사형수에 대한 정보입니다.
일본 언론에서는 사형을 집행한 타이밍에 관해 묻는 보도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왜냐면 2022년 7월 아키하바라 무차별 살상사건을 일으킨 가토 도모히로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이후, 1000일 넘게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일본 언론도 사실상 사형 집행을 중지하는 모라토리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추측도 했었는데요.
일본에서는 사형을 집행한 뒤 법무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발표합니다. 이날도 스즈키 케이스케 법무상이 기자회견을 가졌는데요. 스즈키 법무상은 집행 4일 전인 지난달 23일 집행 명령서에 서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유에 대해서는 "해당 건은 자기의 성적, 금전적 요구를 충족시킨다는 등의 이유로 2개월 사이에 9명의 피해자를 낳고, 사회에 큰 충격과 불안감을 준 사건"이라며 "목숨을 빼앗긴 피해자는 물론 유족에게도 억울하기 그지없는 사건"이라고 말했습니다.
회견을 마치고 '왜 지금 집행을 결정했는가', '시라이시가 이번 대상자가 된 이유가 있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스즈키 법무상은 "집행의 판단에 관련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대답할 수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에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회가 폐회된 타이밍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형사소송법은 사형 집행은 판결 확정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법무상이 명령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형이 궁극의 형벌인 만큼 법무성에서는 재심 가능성, 사형수 본인의 정신 상태를 고려해 여러 차례 검토를 거듭한 뒤 법무상이 명령하게 되는데요. 검토 과정과 사형수의 재심 청구 여부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번 집행이 1000일 넘게 이뤄지지 않았던 것에는 전 법무상이 발언이 논란이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2022년 하나시 야스히로 당시 법무상은 정치인 모임에서 "법무상은 아침에 사형 도장 찍고 낮에 톱뉴스로 나올 때나 주목받는 수수한 자리"라고 말해 논란이 됐는데요. 이 '사형 도장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경질됐습니다. 이후 기용된 법무상 2명은 이를 의식해서일지는 몰라도 사형 집행을 단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작년 10월에 시즈오카현 일가족 살해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48년 동안 복역하던 최장기 사형수 하카마다 이와오씨가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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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이미 오랜 수감 생활로 망상장애 등을 겪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때도 사형제에 관한 논란이 촉발됐죠.
일본 법무성이 이야기하는 사형 존속의 근거는 국민적 여론입니다. 여전히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죠. 스즈키 법무상도 회견에서 "법치국가로 확정된 재판의 집행은 엄정하게 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며 "국민 여론 다수가 흉악범 사형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형을 폐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는데요. 실제로 하카마다씨의 재심 사건 이후 지난해 10~12월 실시된 내각부 여론조사에서는 '사형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직전 조사보다 7.5%포인트 올랐지만 16.5%에 그쳤습니다. 사형이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이 높죠.
이번 형 집행으로 일본 구치소에 수용된 사형수는 105명이 됐습니다. 이 중 재심과 재판 청구한 사람은 49명이라고 합니다. 이번 사형 집행 당시 피해자 가족과 지인의 인터뷰도 보도가 됐는데, 일부는 "형이 집행된다고 해서 죽은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이것으로 끝난다고 볼 수 없다. 살아서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말해 파장이 일기도 했었습니다.
이 때문에 사형을 집행할 때마다, 그리고 10월 10일 '세계 사형 폐지의 날'이 돌아올 때마다 일본에서는 사형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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