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공공기관 운영 철학에도 '실용주의' 기조를 반영한다. 핵심 키워드는 '경제성장 기여도'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중심에 두었던 것과 달리 이재명 정부는 공공기관이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국가 경제 성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는지를 중심에 둘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임기 첫해인 올해부터 공공기관의 평가 기준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중심에 두고 공공기관 운영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성장과 실용을 중심에 두고, 공공기관이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해 경제성장에 기여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철학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도 일관되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세부적인 방향이 나온 단계는 아니지만, 공공기관의 일자리 확대 등에 높게 평가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승래 국정기획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공공기관의 일관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가 있었다"며 "공공기관이 설립 목적에 맞게 효율적으로 일을 하게 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을 대폭 수정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오는 9~10월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고 '2025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 수정안을 심의·의결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올해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 기준은 작년에 확정됐다. 경영평가 기준 수정은 보통 소폭 이뤄지지만 올해의 경우 새 정부 출범에 따라 평가 철학이 바뀌면 수정 작업도 전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역대 정부는 공공기관 평가에 정권의 철학을 반영해왔다. 이명박 정부는 공공기관 통폐합과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성과 중심, 계량 지표 중심의 평가를 강화했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를 내세워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재무성과와 경영관리 등 효율성 지표를 중점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했던 성과연봉제 관련 항목을 폐기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일자리 창출 등에 가점을 부여하는 등 고용 친화적인 공공기관에 가점을 부여했다. 윤석열 정부는 재무성과의 배점을 다시 높이는 한편 사회적 책임 등 공공성 항목의 비중은 낮췄다.
이재명 정부는 재무 실적과 생산성 등에 대한 무게중심을 낮추고, 문재인 정부처럼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 등 이행 중요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됐었다. 그러나 실용과 성장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문재인 정부의 방향과는 다른 지표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강조해온 '인공지능(AI)' '민생 안정' 등 국정과제가 평가항목에 포함될 전망이다.
한편 국정위는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돼 온 '알박기' 인사 논란을 해소하고 공공기관 운영의 일관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조직 구조 측면에서도 변화 가능성 관측된다. 현재 공공기관 정책은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이 관할하는데 국정위는 기재부 조직 개편과 연계해 공운위 기능 개편 여부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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