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101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5개월 연속 흑자 행진으로, 5월 기준 역대 세 번째로 흑자 폭이 컸다. 자동차·철강 등의 부진으로 수출이 4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으나, 유가 하락 영향에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상품수지가 흑자 폭을 확대한 영향이다. 본원소득수지 역시 외국인 배당지급 등 계절적 요인이 사라지며 흑자 전환했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5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5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101억4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경상수지는 2023년 5월 이후 25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전월 57억달러, 지난해 같은 달 90억9000만달러와 비교해 모두 흑자 폭이 커졌다. 5월 기준으로 2021년(113억1000만달러), 2016년(104억9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세 번째 흑자 규모다.
경상수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106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전월(89억9000만달러)과 전년 동월(88억2000만달러) 대비 모두 흑자 폭이 커졌다. 세부 항목인 수출과 수입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으나,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든 영향이다.
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5년 5월 국제수지(잠정)' 기자설명회에서 (왼쪽부터)김준영 한은 국제수지팀 과장, 송재창 금융통계부장, 김성준 국제수지팀장, 권수한 국제수지팀 과장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은행
원본보기 아이콘수출은 569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9% 감소했다. 자동차·철강·석유제품 등 비IT 품목이 줄면서 4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으나,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확대하면서 감소 폭을 일부 상쇄했다. 5월 통관기준 반도체 수출은 139억3000만달러로 20.6% 늘었다. 반면 석유제품은 36억4000만달러로 20% 감소했다. 철강 제품과 승용차 수출도 각각 9.6%, 5.6% 줄었다.
수입은 462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2% 줄었다. 자본재는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원자재 감소 폭이 확대하면서 감소세를 이어갔다. 5월 통관기준 원자재 수입은 233억원으로 13.7% 줄었다. 석탄(-31.6%), 석유제품(-30%), 원유(-14%), 화공품(-8.4%) 등도 감소했다. 자본재는 183억4000만달러로 4.9% 늘었다. 반도체제조장비(26.1%)와 수송장비(46.8%), 정보통신기기(16.5%)는 증가했으나 반도체는 3.5% 줄었다. 소비재 역시 86억8000만달러로 0.4% 증가했다. 승용차가 16.8% 늘었고, 곡물은 16.4% 줄었다.
그러나 현 상황을 수출보다 수입 감소분이 커 흑자로 기록되는 '불황형 흑자'로 보기엔 여전히 힘들다고 봤다. 송재창 한은 경제통계1국 금융통계부장은 "불황형 흑자는 수출이 줄어든 가운데 내수가 부진해 수입은 더 많이 감소하는 상황을 말하는데, 현재 수출과 수입의 감소는 오히려 통상 환경, 유가 하락 등 대외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며 "에너지류 가격 하락 효과를 제외하고 봤을 때 수입 증가 추세는 달라지지 않았다. 월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었으나 1~5월 수입에서 자본재 증가세가 지속됐고 소비재 역시 미약하게나마 늘었다"고 짚었다.
여행수지 등을 포함하는 서비스수지는 22억8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내며 전월(-28억3000만달러) 대비 적자 폭을 줄였다. 여행수지는 5월 연휴 중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9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 적자 폭이 확대됐다. 반면 지식재산권사용료 수지는 3억4000만달러 적자로, 국내 기업들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지재권 사용료를 받으면서 적자 폭을 줄였다. 기타사업서비스수지 역시 10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적자 폭이 감소했다. 전월 연구개발 서비스 지급이 일시적으로 늘어났던 데 따른 기저효과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수지를 중심으로 21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전월의 계절적 요인 해소로 배당지급이 줄어들며 한 달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융계정 순자산은 67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41억3000만달러 증가했고, 외국인 국내투자는 3억2000만달러 늘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채권을 중심으로 100억9000만달러 증가했고, 외국인 국내투자는 채권을 중심으로 127억7000만달러 늘었다. 파생금융상품은 8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기타투자는 자산이 대출을 중심으로 80억1000만달러 증가했고, 부채는 기타부채를 중심으로 9억7000만달러 늘었다. 준비자산은 5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미국 관세 영향은 하반기 자동차·철강 등 품목 관세 대상을 중심으로 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등의 품목 관세 추가 여부 및 강도, 상호관세 협상 수준 등이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통관데이터 기준 상반기(1~6월) 품목 관세 대상인 자동차·철강을 중심으로 미국 관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상반기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줄었고, 철강도 3.2% 감소했다. 특히 이 기간 대미 자동차 수출은 16.4% 급감했고, 대미 철강 수출 역시 4.3% 줄었다. 송 부장은 "미국 관세 영향은 상반기 이미 나타나고 있다"며 "상호관세 협상 진행에 따라 불확실성이 있겠으나, 지금까지의 관세의 영향이 지속된다고 보면, 품목 대상 상품을 중심으로 하반기에는 영향이 보다 뚜렷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자동차의 경우 하반기 관세 인상분 일부의 판매가격 전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고, 현지 생산이 늘어 국내 생산 수출분이 줄어드는 영향도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중동 사태에 따른 유가의 일시 강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송 부장은 "중동 사태가 약 2주 지속하면서 6월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69달러로 전월 64달러 대비 올랐다"면서도 "유가는 한 달 정도 시차를 두고 원유 도입 단가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7월 흐름을 봐야 하는데,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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