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미 연방 의회 문턱을 넘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패키지 법안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전문가들은 이른바 '트럼프 감세안'이 이미 예고된 정책이라는 점에서 미국 주식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히려 감세안보다는 8일로 다가온 상호관세 협상 시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방향, 기업 실적 발표가 향후 주식시장 흐름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 다만 법안 시행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와 국채 발행 급증은 장기적으로 미국 국채 수요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팀 머레이 티로프라이스 수석전략가는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이번 법안에 포함된 대부분의 감세 조치는 트럼프 1기 시절 세제 혜택의 연장에 불과하다"며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고, 금리 급등과 같은 극단적 반응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감세 기조가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돼 있어 이번 감세 법안 시행으로 인한 단기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정적자 확대와 국가채무 증가라는 구조적 위험 역시 당장 자산시장을 흔들 만한 재료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외환시장 역시 큰 반응은 없었다. 마크 챈들러 베녹번 글로벌포렉스 수석부사장은 "법안 통과는 이미 예견된 이벤트였고, 미국 독립기념일(7월4일) 연휴를 앞둔 시점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법안 통과 후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4.346%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국채 금리 상승이 감세 법안 때문도 아니었다. 예상보다 강한 고용지표로 인해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한 영향이다.
로이터통신은 "채권시장은 법안 통과에 대해 전반적으로 제한된 반응을 보였다"며 "이미 트럼프 재집권과 재정지출 확대 가능성이 선반영돼 있었고,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은 오히려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에 맞춰져 있다"고 전했다.
주식시장도 상승세로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S&P500지수는 또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용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면서 미국 경기 둔화 우려를 완화시키고, 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선물시장에서도 이날 오후 8시54분 기준(미 동부시간) S&P?500지수 선물은 약 0.07% 상승하며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선 감세안 재료보다 기업 실적과 Fed 움직임, 관세 협상 결과를 더 주시하고 있다. 로버트 패블릭 다코타 웰스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 법안이 시장의 주된 동력(driver)이 되진 않을 것"이라며 "시장 초점은 우선 기업 실적, 다음으로 Fed의 통화정책에 있다"고 강조했다. 챈들러 부사장도 "시장에 더 큰 불확실성 요인은 7월8일 관세 협상 시한"이라며 "이는 향후 변동성과 불안정성을 자극할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채권시장에선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감세법안 통과 이후 재정적자가 10년간 3조3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 재무부는 대규모 단기 국채(T-bill)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블랙록은 최근 보고서에서 "해외 투자자의 미국 국채 선호가 약화되고 있으며, 수요 부족은 결국 차입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국채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우려나 미국 재정에 대한 신뢰 저하가 이를 압도할 경우, 글로벌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을 회피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단나 아피오 퍼스트이글 인베스트먼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재정적자 확대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면, 미국 정부의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 경우 투자자 유인을 위해 국채 금리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장단기 금리차 확대와 함께 달러 약세도 가속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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