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출 규제와 관련해 "맛보기에 불과하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더 강한 대책이 추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전세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규제지역 주택 담보인정비율(LTV) 강화, 주택담보대출 한도 추가 제한 등의 대책을 카드로 쓸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규제만으로는 수도권 부동산 과열 심리를 잠재우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공급대책이 빨리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과열된 부동산 시장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추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카드는 전세대출이나 정책대출에 DSR을 적용하는 방안이다. DSR은 대출받은 사람의 연간 소득 대비 각종 대출의 상환 원금과 이자 등의 비율이 40%(은행 기준)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대출 규제다. 그동안 전세대출이나 정책대출은 서민 주거 안정을 이유로 DSR 적용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이들이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위는 지난달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집값 불안이 지속되면 DSR 적용 대상을 전세대출 등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규제 지역에 LTV를 더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된다. 현재 무주택자 LTV는 규제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에 최대 50%, 비규제지역에 70%까지 적용되는데, LTV 비율을 더 조여 대출 한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6·27 규제로 주담대 한도가 6억원으로 묶였는데 이를 더 낮추는 카드도 있다. 주담대 한도를 2억~3억원 정도로 낮추면 서울 전역에서 대출받아 아파트를 구매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국정기획위원회 차원에서의 규제도 나올 수 있다. 위원회는 은행의 자본규제를 검토 중이다. 주담대를 많이 내준 은행일수록 더 많은 완충 자본을 쌓게 해 대출 공급 여력을 줄이는 방안이다. 은행 주담대에 자본 위험 가중치를 높여서 가계대출을 줄이는 방안도 이야기되고 있다.
또 다른 강력한 카드인 세금 인상이 나올 수도 있다.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보유세를 올려 부동산 시장 과열을 잡는 방식이다. 다만 이 대통령이 취임 이전부터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최후의 카드로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금융 조치, 공급 대책, 또 필요하면 행정 수단, 이런 것들을 우선 동원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세금 조치는 최후의 수단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현재 강남 3구와 용산구에만 적용된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을 집값 상승 폭이 큰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
다만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은 이어진다. 반드시 공급대책이 같이 나와줘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도시 공급 확대가 가장 빠른 대책으로 꼽힌다.
이 대통령도 전일 기자회견에서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기존에 계획된 신도시가 많이 남아 있다"며 "상당한 규모인데 (아직은) 공급이 실제로 안 되고 있는데 기존에 계획돼 있는 것을 그대로 하되, 대신 속도를 빨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이나 3기 신도시 개발 등 기존에 계획된 사업에 속도를 붙이고 용적률 상향 등으로 밀도를 높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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