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대책 약발 먹히나?…서울 아파트, 거래 감소·가격 흔들 '징후'

규제 후 5일 동안 서울 아파트 거래량 177건
전주 같은 기간·요일 대비 85% 감소
거래 신고 기한 30일…아직 집계 건수 많지만
"자금 막으니 거래량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마포구 아파트 단지 전경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마포구 아파트 단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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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 이후 아파트 거래가 완전히 멈췄습니다. 팔겠다는 사람은 있는데 사겠다는 매수 문의는 거의 없습니다."(성동구 상왕십리동 A공인 대표)


"대출도 6억원밖에 안 나오고 갭투자도 사실상 막히면서 개점 휴업 상태입니다. 가격을 떠보는 전화뿐이에요."(강동구 고덕동 B공인 대표)

지난달 27일 대출 규제가 발표된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아직 정확한 통계치가 집계된 상황은 아니나, 이전과 비교했을 때 거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서울 지역 가격 상승세도 소폭 완화됐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대출 규제 여파로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주택 공급 확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단기적인 안정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기준 대출 규제가 시행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5일간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총 17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 같은 기간 및 요일인 지난달 21~25일 서울 아파트 거래량 1153건과 비교하면 85% 줄어든 수준이다. 매매 후 거래 신고를 할 수 있는 기한이 계약 후 30일 이내여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아직 집계할 거래 건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통계가 완전히 집계된 후 규제 이전과 이후 월별 수치를 살펴야 하나, 수치의 감소 폭이 워낙 커 감소 조짐은 명확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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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6억원 이하로 막았다. 다주택자나 갭 투자자의 대출까지 봉쇄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자금을 틀어막았으니 서울 거래량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일단 시장 분위기를 잠재우는 데 충분한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지역별 아파트 거래량을 보면 노원구가 2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성북구 16건, 구로구 13건, 관악·양천·은평구 각각 11건을 기록했다. 6억원을 넘지 않는 수준의 대출을 받아도 매매가 가능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외곽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 일정 부분 현실화 나타난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지정된 상급지 강남3구와 용산구의 경우 이들 지역과 상반됐다. 용산구 5건, 강남구 4건, 서초·송파구 각각 0건을 기록했다. 가격대별 거래량을 봐도 5억원에서 10억원 사이가 76건(42.9%)으로 가장 많았다. 5억원 미만 43건(24.3%), 10억원 초과 15억원 이하가 29건(16.4%)으로 나타났다.


가격 상승세도 한풀 누그러들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5주차(30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한 주 전보다 0.4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상승률(0.43%)보다 낮은 수준이다. 아직 규제의 여파라 단정하기에는 이른 시점이긴 하나, 매수 문의나 거래가 줄면서 상승 곡선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 리서치랩장은 "기존 서울에서는 6억원을 넘는 아파트 매매가 압도적"이라며 "대출 한도 6억원에 영향을 받지 않는 외곽 지역이나 소규모 아파트 거래가 진행된 결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출 규제가 단기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장기적인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공급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은 "수요 억제책은 기한이 정해져 있는 대책"이라며 "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서울 주택 공급도 줄어들고 있어서 가격 상승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공급 정책이 중요하고 시장에서 원하는 장기 물량을 얼마나 충족시켜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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