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새 정부의 과제인 '국토 균형발전'과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을 위한 인프라 조성' 등 국책 과제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조직 정비에 나섰다.
LH는 2021년 일부 직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이후 고강도 쇄신책으로 규모와 역할을 줄여왔으나, 새 정부 들어 국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역할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LH 안팎의 공감대다. 다만 공공기관 효율화 기조에 따라 조직과 인력 구성의 타당성부터 먼저 살피고 범부처 차원의 공감대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3일 관계부처·기관 설명을 종합하면, LH는 최근 조직 진단·인력 재배치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수행을 위해 LH의 역할이 한층 중대해졌으며, LH의 사업 여건 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용역이다. 현재 추진 중인 사업상황이나 경영 여건을 면밀히 살피고, 핵심 기능을 재정립하기 위한 근거도 마련한다.
LH는 이번 용역을 통해 내부 조직과 인력을 분석한다. 이어 강화하거나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는 기능, 이관·축소가 필요한 기능을 살펴본다. 아울러 정책 여건이나 사업물량 등을 고려해 직무 중심의 조직관리 로드맵도 짜기로 했다. 민간 AI 사업을 지원할 요소를 찾는 한편 업무 사이클에 따라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안도 고민해보기로 했다.
새 정부 수립 후 LH의 역할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토 균형발전의 경우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대선공약이자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에서도 국토교통부에 강하게 주문한 내용이다. 앞으로 국토부가 중심이 돼 밑그림을 그린다면 LH와 개별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 세부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기게 된다. 균형발전은 LH 설립 목적 중 하나다.
새 정부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AI 산업도 육성을 위해서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대대적인 AI 투자에 걸맞은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을 공급하려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조직이 미리 완비돼야 한다.
조직이나 인력을 늘릴 필요성은 커졌으나 공공기관인 만큼 LH나 국토부에서의 공감대만으로는 결정할 수 없는 일이다. 재정 당국 등 범부처 차원의 공감대가 필요하다. LH 관계자는 "당장 인력을 늘리거나 조정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향후 증원이 필요할 경우 이번 조직진단 결과를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LH가 업무 과부하로 수십명을 늘릴 때도 기재부와 협의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과 토지를 관할하던 두 공사를 합친 LH가 출범했던 2009년만 해도 전체 직원이 6000명이 채 안 됐는데 이후 꾸준히 늘어 2021년에는 1만명 정도로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 비위가 불거지면서 조직 비대화, 방만 경영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조직을 구조조정하고 정원을 감축하는 등 고강도 쇄신책이 나온 배경이다.
다만 LH는 대부분의 국토 관련 사업을 전담하고 있어 역할이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택지를 비롯해 산업단지·신도시 조성, 주택 공급 등을 주 업무로 한다. 주택·부동산 분야 특성상 규모가 크고 중장기 성격의 프로젝트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노후 도심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도시재생이나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시작한 계획도시 재정비 과정에서도 시행사로 참여하고 있다. 미군기지 이전, 혁신도시 조성 등으로 인한 공공기관 이전, 토지 비축, 저소득·취약계층 주거복지 등 공적 영역의 부동산 업무 대부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거나 관여한다.
LH 관계자는 "주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인력·조직이 적당한지를 살펴보기 위한 목적"이라며 "2021년 LH 혁신방안에 따라 인력을 줄이고 기능을 조정했는데 이후 각 분야에서 사업이 대폭 늘어난 터라 이를 효율적으로 추진할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