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서민의 한 끼'로 불리는 라면값까지 줄줄이 오르자 유통업계가 400~500원대 자체 브랜드(PB) 라면을 앞세운 초저가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물가 부담 속에서 소비자의 발길을 다시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도하려는 유통업계의 전략적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400~500원대 저렴한 가격의 PB 라면이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PB 제품은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유통업체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마진율을 조정하고 가격 설정도 유연하게 할 수 있는 구조적 장점을 갖고 있다.
이마트의 PB라면 월별 판매량(낱개 기준)은 1월 39만6000여개에서 2월 46만8000여개, 3월 51만여개, 4월 52만여개, 지난달 59만5000여개 등 꾸준히 늘고 있다. 이마트의 주력 PB라면은 노브랜드 라면한그릇과 짜장한그릇으로 봉지당 가격은 각각 456원, 556원으로 저렴하다. 노브랜드 라면한그릇은 지난 2016년 8월 출시 후 이달 25일까지 누적 1250만개가 팔렸다. 인기에 힘입어 지난 1월에는 라면한그릇 건면 오리지널맛과 해물맛을 봉지당 745원에 출시했다.
홈플러스가 2022년 출시한 PB라면인 이춘삼 짜장라면은 지금까지 1425만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출시 당시 개당 500원에서 지난해 11월 575원으로 인상됐으나 매달 30만여개 안팎씩 팔리고 있다. 이 라면은 플레이크 수프 없이 면과 액상 수프만을 넣는 방식으로 원가를 절감했고 별도의 마케팅 없이 매대 진열만으로 판매를 유도했다. 소비자 가격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 유효했다는 평가다.
롯데마트도 PB라면인 요리하다 소고기라면과 불맛짜장라면을 봉지당 598원에 판매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이달 25일까지 PB라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늘었다. 롯데마트 측은 "PB라면은 가성비를 최대한 살리는 전략으로 소고기라면과 짜장라면을 봉지당 600원 미만에 팔고 있다"며 "저가 전략을 펼치는 것은 고물가에 라면과 같은 필수 식품의 경우 최대한 값싼 제품을 고르려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에서도 초저가 PB 라면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CU에서 480원짜리 PB라면인 '득템라면'의 이달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37.5% 증가했다. 2021년 4월 출시 후 누적 700만개가 팔렸다. CU PB라면의 작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2022년 9.2%, 2023년 15.3%, 지난해 16.8% 등으로 높아졌다. 전체 라면 매출에서 PB라면 비중도 2022년 3.8%에서 2023년 4.4%, 지난해 5.0%로 커졌다. GS25에서도 PB라면 비중이 2022년 11.5%에서 2023년 16.5%, 지난해 17.7% 등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GS25가 2023년 말 출시한 PB라면 '면왕'은 기존 컵라면 대비 중량은 22% 늘리고 가격은 990원에 맞춰 누적 100만개가 팔렸다.
이처럼 유통사들이 마진을 줄이면서까지 초저가 PB 라면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들 제품이 단순히 라면 한 봉지를 넘어 매장 전체 매출을 견인하는 '전략 상품'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특정 저가 PB 제품을 사러 매장을 방문하면 다른 제품까지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른바 '미끼 상품' 역할이다. 고물가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PB 라면은 고정 지출을 줄이려는 소비자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유통업계의 초저가 전략이 앞으로 생활물가 전반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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