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반려동물 때문에 여행 계획을 미루는 Z세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반려동물을 정서적 유대의 대상이자 책임져야 할 '가족'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인식 변화에 발맞춰 반려동물과 함께 떠날 수 있는 항공편이나 특별한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여행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Z세대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발맞춰 반려동물과 함께 떠날 수 있는 항공편이나 특별한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여행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픽셀스.
원본보기 아이콘반려동물 돌봄 매칭 플랫폼 '트러스티드 하우스시터스'가 최근 영국 내 반려동물 주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8%는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한 이후 여행을 덜 가게 됐다"고 답했다. 또 "해외여행보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휴가를 더 선호한다"는 응답도 47%에 달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Z세대에게서 두드러졌다. 18~24세 응답자의 69%는 '여행 준비를 하는 동안 반려동물이 슬픈 표정을 짓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는 65세 이상 응답자 35%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설문조사를 담당한 안젤라 로스 매니저는 "휴가 계획을 세울 때 반려동물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코로나19 이후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여행상품이나 숙소 등이 생겨나는 등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선택지가 마련되고 있다"고 했다.
세계 최초의 반려동물 전용 항공사인 미국 '바크에어'는 보호자가 반려견과 같은 공간에서 비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 5월부터 기내에서 반려견을 위한 스파와 전용 샴페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반려동물은 케이지에 갇혀 비행기 화물칸에 실리거나, 탑승 자체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신건강 상담 전문가 레베카 파커는 영국 애견 전문지 '독스투데이'를 통해 "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반려동물과의 정서적 유대가 훨씬 강한 편"이라며 "많은 청년층이 결혼이나 출산 같은 전통적인 삶의 이정표를 미루고 있으며, 그 빈자리를 반려동물이 채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반려동물 여행 수요는 꾸준히 증가 중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실시한 '반려동물 동반 여행 현황 및 인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함께 국내 숙박여행을 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022년 53.0%에서 2024년 60.4%로 높아졌다. 특히 반려견과 함께 펜션이나 캠핑장을 찾는 이른바 '펫캉스'는 몇 해 전부터 하나의 주요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항공 5사(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티웨이항공, 제주항공, 이스타항공)의 반려동물 운송 건수는 올해 1~4월 누적 4만3215건이다. ▲2022년 약 12만391건 ▲2023년 13만6614건 ▲2024년 14만2976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항공업계는 반려동물을 위한 서비스를 다각화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반려동물 동반 여행 횟수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는 '스카이펫츠'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제주항공은 지난달 기내 동반 탑승이 가능한 반려동물 무게를 7㎏에서 9㎏으로 높였다. 여기에 반려동물 동반 탑승객을 위한 '펫 멤버십'을 도입해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여행업계도 반려동물 동반 고객을 겨냥한 특화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반려동물 동반 숙박시설은 물론, 골프 등 야외 활동까지 결합한 프로그램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반려동물 동반 숙박시설은 일반 숙소보다 가격대가 높은 편이지만, 수개월 전부터 예약이 마감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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