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신재생 에너지 대전환'을 공언하면서 대한민국도 탈탄소 사회로 가기 위한 여정에 속도가 붙고 있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빚는 주민과의 갈등, 부정적인 인식 등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진정한 의미의 정의로운 전환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 영국 런던에서 유엔(UN) 산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짐 스키아 의장을 만나 의견을 물었다. 우리나라도 참여하고 있는 IPCC는 5년 주기로 기후변화 관련 대응을 점검하고 보고서를 발간한다. 보고서는 파리협정 원칙과 함께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정하는 기준이 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다음은 일문일답.
-유럽의 순조로운 탈탄소→신재생에너지 전환 비결은.
▲잘한 점이 있다면 급진적으로 전환한 것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단계적으로 전환에 나섰다는 점이다. 영국은 석탄을 통한 화력 발전을 오랜 시간 진행했기 때문에, 탈석탄 과정에서 노동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논의가 길었다.
또 부담을 노동자와 사측에만 강요하지 않았다. 정의로운 전환의 성공을 보장하는 기본 원칙은 단순히 생산 방식의 전환만이 아니다. 계획, 참여, 그리고 투자 이 세 가지에 달려 있다.
계획의 경우 마을 주민들에게 5년, 10년 후의 계획을 숨김없이 자세하게 보여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모든 주체가 협상 테이블에 있어야 한다. 노조, 기업, 사회 관계자 등 모든 이해 주체가 에너지 전환을 논의하는 의사 결정 과정에 들어와 있어야 한다. 투자에 관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들이 다른 직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투자, 유치 기업에 대한 고민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여전히 화석연료가 중요하다는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단기적으로는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아니다. 최근 유럽의 전기료나 난방비가 오른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이 크다. 당장에는 화력발전이 경제적이라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각국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만든 에너지를 충분히 쓰고 남은 것을 수출하거나 수입하는 등 무역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신재생에너지가 비용 측면에서도 장기적으로 볼 때 더 효율적이다.
-유럽은 유럽연합(EU)을 통한 탈탄소 협력이 잘 되는데, 아시아는 나라별 편차가 크다.
▲유럽은 EU라는 공동체로 묶여 있기 때문에 에너지 교환이나 수송이 자유롭다. 영국에서 생산된 신재생에너지는 벨기에와 프랑스로 보낼 수 있다. 아시아 지역도 물리적 결합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재정적 보조도 있어야 한다. 탈탄소에 대한 동아시아 지역의 관심도는 유럽보다 떨어지는 편이다. 관심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국가별 캠페인이나 인센티브 등 금전적 지원이 필수다.
-에너지 전환 정책이 정권에 따라 바뀌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나.
▲유럽은 에너지 전환과 기후 협약과 관련해서 각국 정부뿐만 아니라 이를 이끄는 제3의 협의체가 존재한다. 그래서 뚜렷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가능하다. 영국은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달성하기 위한 장기 목표와 세부 계획을 가지고 있다. 피상적인 계획이 아니라, 세부 계획은 연도별로 나눠 잡고 있다.
물론 그 안에서 정책이 바뀌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고, 변화의 여지가 있겠지만 장기적인 아웃라인을 정부와 유럽 협의체가 갖고 있기 때문에, 디테일의 차이만 있을 뿐 지향하는 바는 변하지 않는다. 이런 구조가 도움이 된다.
-IPCC 의장으로서 생각하는 정의로운 전환의 구상이 궁금하다.
▲큰 틀에서 나라별로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임금 차이, 역사적 배경의 차이 등을 고려해 질적으로 어떻게 전환의 균형을 맞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 이후에 개별 국가의 상황에 맞춰 에너지 전환을 시도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 참여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갖추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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