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2025]요즘 여행, 정해진 틀을 깨다

AI 활용·인플루언서 영향 확대
반려동물 동반·야간 관광 인기
취향·가치관 반영 따른 다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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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시작되었다. 여행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지는 요즘이다. 요즘 여행이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어디로 갈 것인가'보다는 '누구와 언제, 어떻게 갈 것인가'가 더 중요해졌다. 인공지능(AI)이 계획하고, 크리에이터가 추천하며, 반려동물과 함께 떠나고, 기후를 고려해 시간대를 선택하는 새로운 여행법이 자리 잡고 있다. 2025년 여름철 휴가 트렌드를 살펴보고 이전과 달라진 여행 문화를 탐색해본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여행 계획부터 현지 체험까지 AI가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킹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57%가 여행을 떠나기 전 AI를 활용한다고 응답했다. 생성형 AI를 사용하여 숨겨진 보석을 발견하고,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을 단축하는 등 AI 활용이 점점 더 일반화되고 있다.

하나투어 '여행 정보 AI'의 사용 데이터에 따르면, 여행자들이 AI에 물어본 질문의 횟수는 7만건을 넘었다고 한다. 소비자들은 AI를 통해 여행지의 현지 날씨와 기온, 여행지 기본 정보, 여행 일정 추천까지 다양한 정보를 검색하고 있다. 이제 여행객들에게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개인 맞춤형 여행 컨시어지 역할을 하고 있다.

두 번째 특징은 소셜미디어 크리에이터가 이끄는 새로운 여행 손님 모집 방식이다. 과거 여행사 패키지에서 벗어나, 이제는 인플루언서가 기획한 여행 상품을 SNS를 통해 공동구매하는 형태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크리에이터와 여행산업이 결합하면서 '소셜미디어 공동구매'의 형태로 진화하는 추세다.

익스피디아가 선보인 '트래블 숍(Travel Shops)'은 바로 이 관심을 구매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다. 트래블 숍은 인플루언서들이 큐레이션 한 여행 상품을 소비자들이 손쉽게 탐색하고 예약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셀렉트 숍 역할을 한다. MZ세대는 더 획일적인 패키지보다는 자신이 신뢰하는 크리에이터의 추천과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을 선택하고 있다.


세 번째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여행이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제주행 반려동물 전세기 '댕댕이 전세기'가 출시되자마자 고가의 비용에도 불구하고, 하루 만에 예약이 마감됐다. 이제 반려견과 여행을 즐기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과거 '여행=사람만의 전유물'이었던 시대를 넘어, 반려동물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펫휴머나이제이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국내여행에서 더 나아가 해외여행에서도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2024년 반려동물 기내동반 탑승 건수는 국제선·국내선 총 2만8240건으로 코로나19 이전 2만5181건과 비교해 약 12.1% 증가했다. 단순히 펜션이나 호텔에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반려동물 전용 놀이시설, 전용 메뉴, 펫시터 서비스까지 갖춘 전문 여행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네 번째 특징은 기후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여행 패턴이다. 점점 더워지는 지구로 인해 낮 시간대 관광을 피하고 밤에 여행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폭염과 급격한 체감온도 상승 등으로, 2025년에는 여행객들이 낮보다는 밤 시간대에 여행을 선호할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여행객의 약 절반이 높은 낮 기온을 피하고자 밤에 관광할 계획(한국 48%, 글로벌 54%)이라고 응답했으며, 햇볕이 강하지 않은 저녁이나 이른 아침에 활동할 계획(한국 59%, 글로벌 57%)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야경 투어, 일출 트레킹, 새벽 시장 탐방 등 시간대별 특화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관광지들도 야간 운영시간을 확대하는 추세다.


이처럼 최근 여행 트렌드는 개인의 취향과 상황에 맞춘 극도로 세분된 여행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 여행은 더 정해진 틀 안에서 즐기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을 반영한 완전히 개인화된 경험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여행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2025년 여름, 여행을 '나답게' 설계하는 법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고 있다.


최지혜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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