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오는 9월 초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대회(전승절)'에 이재명 대통령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온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악화한 대중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밝혀온 새 정부에게 '대중(對中) 균형외교'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외교 채널을 통해 이 대통령의 전승적 참석 가능 여부를 한국 정부에 문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는 전승절 80주년을 맞아 행사를 성대하게 치를 계획으로, 사회주의권 국가뿐 아니라 미국 등 서방 국가 정상도 초청 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본 언론은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전승절에 초청할 방침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 여부를 놓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한국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것은 2015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마지막이다. 당시 70주년 전승절 행사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 정상들이 모두 보이콧했는데, 박 전 대통령이 자유진영에서 유일하게 참석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주변국과 분쟁을 벌이는 가운데, 자신들의 군사력을 과시하기 위한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외교적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이재명 정부는 '실용외교'를 내걸고 한중관계 발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면서 오는 10월 말~11월 초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의 참석을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전승절 참석 요청에 응할지 여부도 고려해야 할 변수다.
한편 강영신 외교부 동북·중앙아국장은 한국을 방문 중인 류진송 중국 외교부 아주국장과 전날 서울 모처에서 한중 국장급 협의를 가졌다. 한중 국장급 협의는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개최된 이후 약 반년만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중 양측은 경주 APEC 정상회의 계기 한중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각급에서의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며 "양측은 양국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경제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구체 협력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서해 및 한반도 문제 등 양국 상호 관심사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덧붙였다.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는 이날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류 국장을 접견하고 "한중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을 위해 지속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