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뻥 뚫려서 좋아요"…처음 시민 태운 한강버스

무더운 날씨에도 시민 100명 모여
파노라마 창으로 명소 지나는 재미
"도로와 달리 막히지 않아 좋다"
냉방 효율·소음 등은 개선 필요

1일 오후 서울 여의나루역 인근 한강공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뚝뚝 흐르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민 100명이 모였다. 이날 처음 체험 기회가 열린 '한강버스'를 타기 위해서다. 유모차를 탄 어린아이부터, 임신한 신혼부부, 중년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들은 모두 기대 섞인 미소를 띠고 있었다. 한강버스가 선착장을 본격적으로 출발하자 승객들은 '파노라마 창' 밖으로 보이는 한강 다리, 63빌딩 등 명소를 배경으로 연신 기념사진을 찍었다.


1일 한강버스에 체험 탑승한 승객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김영원 기자

1일 한강버스에 체험 탑승한 승객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김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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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버스는 올해 하반기 본격적으로 운항하게 될 서울시의 새로운 수상 교통수단이다. 마곡-망원-여의도-옥수-압구정-뚝섬-잠실 총 7개 선착장을 오간다. 이날은 시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체험 운항 첫 날으로, 여의도에서 뚝섬까지 40분, 뚝섬에서 잠실까지는 10분가량 소요됐다.

시민들은 막히는 도로와 달리 뻥 뚫린 한강에서 이동할 수 있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의정부에서 온 이지후(11)군은 "버스는 도로 위에 다녀서 멈추는데, 한강버스는 한강 위를 달려서 멈추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나중에 부모님과 한강에 오게 되면 또 타볼 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탑승한 최인현(34)씨는 "시내 풍경을 광활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좋고, 앞에 막혀 있는 차도 없어 불편함이 없다"며 출퇴근 시 이용 의사가 있다고 했다.


1인 한강버스 여의도 선착장 내부에 시민들이 체험 탑승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1인 한강버스 여의도 선착장 내부에 시민들이 체험 탑승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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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임산부의 이용 편의를 높였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최씨와 동승한 아내 김경미(38)씨는 "지금은 시승이라 사람이 적어 괜찮지만, 나중에는 손님이 많아질 것 같은데, 임산부를 위한 좌석이 따로 마련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승객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부분도 있다. 기온이 32도까지 올라 날씨가 무덥기도 했지만, 에어컨을 여러 대 가동해도 객실 내부가 시원하지 않았다. 한강버스 안내용 책자로 부채질을 하거나, 천장형 에어컨 바로 밑에 가 서 있는 승객들이 눈에 띄었다. 외부보다 온도가 낮기는 했지만, 운항하는 1시간 내내 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입출항 시 배터리를 사용하다가 본격 주행 시점에 발전기를 동력원으로 전환하면서 소음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강버스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리튬이온 배터리와 디젤 발전기를 동력원으로 삼는다. 배가 출항한 뒤 "현 시간부로 배터리 모드에서 발전기 모드로 변환합니다. 다소 소음이 발생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선내 안내가 나오자 배의 중·후미에서 웅웅 거리는 소음과 진동이 느껴졌다. 소통에 문제는 없지만, 일정 수준 이상 목소리를 높여야 했다.


이에 대해 시 미래한강본부 관계자는 "현재 실외기 하나에 에어컨이 2개씩 연결돼 있는 등 냉방 효율이 떨어지는데, 시민 체험 피드백을 받고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소음에 대해서는 "배의 높이를 높이면 발전기 소음을 줄일 수 있지만, 잠수교 때문에 마냥 높이를 키울 수 없는 문제가 있다"며 "소음 관련 지적을 받은 뒤 발전기실 안에 흡음재를 설치하는 등 데시벨을 낮추는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1일 한강버스 내부 전광판에 노선 안내도가 표출돼 있다. 김영원 기자

1일 한강버스 내부 전광판에 노선 안내도가 표출돼 있다. 김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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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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