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폭염경보가 내려진 파리 에펠탑 인근에서 도시 위생 담당자가 열기를 식히기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에펠탑은 이날부터 에펠탑 정상관광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프랑스 파리의 대표 관광지인 에펠탑이 불볕더위로 인한 변형 우려로 관광객 출입이 제한돼 화제다. 스페인과 포르투칼 등 남유럽에서는 낮 기온이 46도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대형 산불도 잇따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예년보다 더 빨리 발생된 '열돔(Heat dome)'이 유럽을 뒤덮고 장기간 정체하면서 올해 폭염이 더 극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달 1일(현지시간) 프랑스 당국은 에펠탑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에펠탑 정상관광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전역에 폭염경보 중 최고 단계인 적색 폭염경보가 발령되면서 에펠탑 입장이 오후 2시30분 이후 제한됐다. 에펠탑 측은 "티켓을 예약구매했던 고객들은 자동으로 환불될 것"이라며 "3일부터 다시 방문객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펠탑 입장이 제한된 이유는 뜨거운 열기에 따른 구조변형으로 안전상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은 전날 에펠탑이 폭염기간 중 약 20cm 가량 변형이 생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역사학자이자 건축가 베르트랑 르모안은 "태양에 노출된 면은 팽창하고 그늘진 면은 수축해 탑이 태양 쪽으로 휘어진다"며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묘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파리의 낮 최고기온은 38도에 육박했고 일부 지역에선 40도를 넘나들며 폭염 비상이 걸렸다. 프랑스 전국의 96개 권역 중 84곳에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이날부터 2일까지 프랑스 내 1350곳의 공립 학교가 전체 또는 부분 휴교했다.
프랑스 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 폭염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과 튀르키예 이즈미르 지역 등 남유럽 곳곳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7월말부터 시작됐던 산불이 올해는 한달 정도 빨리 시작됐다.
스페인과 포르투칼에서 전날 낮 최고기온이 46도를 기록해 초여름 기온으로는 예년보다 섭씨 10도 이상 높은 기온이 나타나면서 산불 확산 위험도 커지고 있다. 유럽산불정보시스템(EEFIS)은 "스페인 남부와 이탈리아 남부와 사르데냐, 시칠리아섬, 그리스 남부와 에게해 제도 등에 모두 산불 위험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유럽의 폭염은 지중해 연안에서 발생한 거대한 열돔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열돔은 고온의 고기압대가 한 지역에 장기간 머물면서 마치 둥근 돔 지붕처럼 열기로 대기 상층부와 하층부를 둘러싸는 기상현상을 뜻한다. 올해는 특히 초여름부터 지중해 연안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섭씨 9도 이상 높아지면서 북아프리카 해안에서 고온의 고기압이 형성됐고, 이 고기압이 유럽 전역을 뒤덮으면서 열돔현상이 심화됐다. BBC는 "크고 강력한 고온의 고기압이 거대한 열돔을 형성해 대기 하층부의 외부공기 유입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열돔이 올해 더 극심한 폭염을 일으키는 이유는 기단 정체가 길어져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마이클 번 영국 세인트 엔드루스 대학교수는 BBC에 "지구온난화로 열돔 자체가 예년보다 강화됐고 대기 상층부의 제트기류는 약해지면서 열돔 발생빈도는 늘고 체류기간은 길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신속하고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왕립기상학회에 따르면 올해 북극지역의 기온이 예년보다 4배 정도 빨리 상승했으며 이로인해 북극의 제트기류가 중위도 지역까지 남하했다. 이 제트기류가 현재 유럽을 뒤덮은 열돔 인근에서 기단의 흐름을 방해해 고온의 고기압대가 유럽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열돔은 7월 중순 이후 완화되겠지만, 초여름부터 시작된 유럽의 폭염은 올해 10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는 "유럽의 기온상승은 지구 평균의 2배에 달하며 가장 빠르게 온난화 진행중"이라며 "올해 빨리 온 극심한 폭염은 9~10월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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