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오는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한다는 목표를 세운 가운데, 과제를 짊어진 이탈리아 정부가 토목 건설 사업을 국방비 지출로 분류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연합뉴스는 1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을 인용해 "지난해 이탈리아의 국방비 지출은 GDP의 1.5% 수준에 불과했다. 나토 32개 회원국 가운데 최저 수준으로, 최근 나토가 합의한 5%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며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메시나 대교 건설 공사"라고 보도했다.
대형 토목 사업을 국방 예산으로 산정해 나토의 국방비 증액 목표를 달성한다는 일종의 꼼수다. 메시나 대교는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반도의 앞꿈치에 해당하는 서남부 칼라브리아주와 시칠리아섬 사이의 메시나 해협을 관통하는 세계 최장 현수교 건설 프로젝트다. 총길이 3666m에 주탑 사이 거리가 3300m로 튀르키예에 있는 현존 세계 최장 현수교인 차나칼레 대교(2023m)의 1.5배 이상이다. 총소요 예산은 135억유로(약 21조원)에 달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남부와 북부의 경제력 차이를 좁히기 위해 역대 정권에서 여러 차례 메시나 대교 건설을 추진했으나, 건설비가 지나치게 많이 드는 데다 칼라브리아주가 지진 다발 지역이라 안정성 문제로 진척되지 못했다. 정부는 막대한 예산 문제로 매번 무산됐던 사업을 이번 기회에 추진할 방침이다.
나토가 설정한 GDP의 5% 지출 목표 중 1.5%는 인프라 보호와 같은 간접적 안보 비용으로 인정하고 있다. 메시나 대교를 단순한 교통 인프라가 아니라 나토군의 전략적 이동을 지원할 수 있는 '이중 용도' 인프라로 해석해 이를 간접적인 안보 투자로 분류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정부 보고서에서는 "메시나 대교는 민간 활용도 있지만, 국가 및 국제 안보 측면에서도 전략적으로 중요하며, 이탈리아군과 나토 동맹군의 이동을 원활하게 한다"며 "나토 병력이 북유럽에서 지중해로 이동하는데 핵심적인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안토니오 타야니 외무장관은 "안보는 탱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개념"이라며 "다리와 같은 인프라도 안보의 일부로 간주할 수 있다. 시칠리아는 나토의 전략 거점이며, 메시나 대교는 방어 개념에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마테오 살비니 인프라 교통부 장관도 "전략적 인프라도 안보의 일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제2야당인 오성운동(M5S) 소속 유럽의회 의원 주세페 안토치는 "이것은 국민과 나토에 대한 조롱"이라며 "이 정부의 허세를 나토가 받아들일 것이라 믿지 않는다. 이탈리아가 국제적 조롱거리가 되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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