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판매 실적이 9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기아차는 8개월 연속 상승세를 멈췄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 정책 영향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성적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2일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현대차 · 기아 (제네시스 포함)는 미국에서 상반기에 전년 동기(81만7804대)보다 9.2%나 늘어난 89만3152대를 판매했다.
현대차 6월 미국 판매량은 6만9702대로, 작년 동월 대비 3% 증가했다. 엘란트라N(아반떼, 33%↑)과 싼타페 하이브리드(39%↑)가 역대 동월 최고 판매 기록을 세웠다. 또 하이브리드차종 판매량이 3% 증가하면서 전체 판매 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43만9280대로 작년 동기보다 10% 증가했다. 이는 역대 상반기 최고 실적이다.
기아의 6월 미국 판매량은 6만3849대로, 작년 동월(6만5929대)보다 3% 줄어든 수치다. 전기차와 셀토스, 스포티지 등 판매가 부진했다.
다만 상반기 전체로 보면 작년 동기보다 8% 증가한 41만6511대를 판매해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모델별로는 카니발(57%↑), 텔루라이드(15%↑), 스포티지(9%↑), K4(7%↑)가 역대 최고 상반기 판매 기록을 세웠다. 차종별로는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작년보다 70% 증가하며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제네시스는 6월 한 달간 6823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5619대)보다 21.4% 성장했다.
오토모티브뉴스는 "현대와 기아는 모두 자동차 소매 시장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신호를 보냈다"고 전했다. 윤승규 기아 북미권역본부 및 미국법인 본부장은 "하반기에도 유연하게 시장 변화에 대응하며 미국 소비자 기대에 부응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미국 판매 성적이 엇갈리고 있다. 포드는 6월 18만1600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10.1% 성장했으며,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19만3248대로 소폭(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혼다자동차는 11만4486대로 전년 동월 대비 21.5% 신장했다.
오토모티브뉴스는 "도요타 자동차는 업계에서 가장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도요타는 0.2% 증가했지만, 렉서스는 올들어 처음으로 0.9%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 홉슨 S&P 글로벌 모빌리티 애널리스트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 대해 "신차 가격 상승 가능성으로 인해 하반기 신차 구매력에 대한 우려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특히 관세 부과 대상 재고가 관세 부과 전 제품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4월 초 수입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5월 초부터 외국산 자동차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관세 발효 이후에 아직 공식적으로 자동차 가격을 올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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