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충전하면 서울서 부산까지 달린다"…세계 놀라게 한 中전기차[르포]

BYD '슈퍼 e-플랫폼' 충전 체험기
시장서 의구심 던진 발열·내구성 확인
폭염 속 1000㎾급 초고속 충전 구현
15→400㎞ 충전에 4분 49초 소요
3000회 이상 충·방전 내구성 테스트

'5분 충전에 주행거리 400㎞.'


비야디(BYD)가 3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슈퍼 e-플랫폼'을 공개하자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놀라움과 함께 의구심을 던졌다. 최고 출력 1000㎾, 최고 전압 1000V에 달하는 고출력·고전압 충전 시스템으로 내연기관 차의 주유 시간과 비슷한 충전 속도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지만 과연 실제 성능이 나올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지난달 24일 중국 선전시 룽화구에 위치한 BYD 전기차 충전소에서 1000㎾급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활용해 전기차를 직접 충전했다. 지난 4월 출시된 '슈퍼 e 플랫폼' 기반 전기차 충전을 중국 현지에서 직접 시연한 것은 아시아경제가 국내 언론에선 처음이었다.


BYD의 슈퍼 e-플랫폼 기반의 전기차 '한L'을 초고속 충전하는 모습. 우수연 기자

BYD의 슈퍼 e-플랫폼 기반의 전기차 '한L'을 초고속 충전하는 모습. 우수연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BYD의 플래그십 전기 세단 '한(漢)L'의 충전구를 열고 커넥터를 연결했다. 충전 잔량이 2% 남짓 남은 전기차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전력을 흡수했다. 차량 디스플레이에 '㎿ 플래시 충전'이라는 문구가 뜨면서 '1000㎾' 충전 전력 숫자가 표시됐다. 주행가능 거리도 15㎞(잔량 2%)에서 400㎞(57%)까지 순식간에 늘었다. 소요된 시간은 4분49초. BYD가 "5분 충전에 주행거리 400㎞가 가능하다"고 발표한 것이 공언이 아님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BYD가 배터리 용량의 10배 전력으로 초고속 충전이 가능한 '10C' 기술을 발표했을 때 업계에선 충전 시 발열 관리, 배터리 내구성 등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3시, 섭씨 33도를 웃도는 선전의 뜨거운 열기에도 BYD 충전기는 그늘 하나 없는 뙤약볕 아래에서 초고속 충전을 이어갔다. BYD 관계자는 "지역별 기후 편차가 큰 중국 대륙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충전 온도 폭을 넓혀야 한다"며 "영하 40도에서 영상 50도까지 모든 온도에서 충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내구성에 대해서도 "3000회 이상의 완전 충·방전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은 물론 자체 개발한 전력 반도체(SiC 반도체)까지 적용해 전반적인 차량 시스템 체계를 한 차원 높였다"고 말했다. 전기차 업계에서 3000회 이상의 완전 충·방전 테스트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배터리 셀의 열방출 효율도 기존 배터리 대비 5배 이상 향상됐다. BYD는 슈퍼 e-플랫폼 기반의 전기차 '한L'과 '당(唐)L'을 올해 4월 중국에 출시했으며 중국 전역에 4000기 이상의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이다.


BYD의 슈퍼 e-플랫폼 기반 전기차 한 L을 초고속 충전하는 모습. 차량 디스플레이에 1000㎾의 충전 출력이 표시되고 있다. 우수연 기자

BYD의 슈퍼 e-플랫폼 기반 전기차 한 L을 초고속 충전하는 모습. 차량 디스플레이에 1000㎾의 충전 출력이 표시되고 있다. 우수연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BYD가 '10C' 신기술을 선보이기 이전까지 업계에서 가장 빠른 충전 기술을 자랑하던 기업은 현대차 였다. 2021년 현대차는 최대 350㎾·800V의 출력과 전압을 지원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양산차에 도입했다. E-GMP 전기차는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18분이 소요된다.


하지만 BYD가 '슈퍼 e-플랫폼'을 상용화하면서 현대차를 앞질렀다. 이어 테슬라도 올해 6월, 최대 500㎾ 출력으로 충전이 가능한 4세대 슈퍼차저(V4)를 일부 지역과 차종에 도입했다. 이로 인해 현대차가 새로운 차세대 플랫폼을 내놓기 전까지는 기술적 우위를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다만 최신 기술이 시장과 소비자에게 얼마나 빠르게 받아들여질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스템의 안정성과 충전 인프라 구축에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차 충전시간을 주유시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내리면서 BYD는 기술력을 과시했다는 평가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중국 내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고 생존하기 위한 궁극적인 해법은 결국 '기술력'뿐이기 때문이다.


특히 BYD는 기술을 직관적이고 감성적으로 보여주는 기술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BYD의 고급 전기차 브랜드 양왕의 슈퍼카 모델 U9은 춤추는 전기차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자체 개발한 지능형 차체 제어 시스템 덕분인데 차체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제어해 노래에 맞춰 차체를 움직인다. 양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U8는 '물 위를 떠다니는 자동차'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명하다. 이 차는 비상 상황에서 최대 30분간 부력으로 물에 떠있을 수 있는 방수 모드를 지원한다. BYD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에게 호감을 얻으려면 세세한 기술 설명보다는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메시지가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5분 충전하면 서울서 부산까지 달린다"…세계 놀라게 한 中전기차[르포] 원본보기 아이콘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