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매장 단 1곳…명품브랜드 '지방시', 국내 시장 철수 수순

롯데百 잠실점 제외 국내 모든 점포 철수
지방시코리아 "공식적인 구조조정 계획 승인"

프랑스 명품 브랜드 지방시(GIVENCHY)가 국내 시장 철수 수순에 들어갔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산하 브랜드인 지방시는 국내 백화점 매장을 대부분 철수한 데 이어, 약 12억원 규모의 구조조정 충당부채를 반영하며 본격적인 사업 정리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명품 소비 위축의 영향 속에 국내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지방시코리아가 결국 운영 종료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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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운영 중인 지방시 부티크는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유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시코리아는 2021년 현대백화점 본점과 무역센터점 매장을 철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부산 센텀시티점 문을 닫았다. 올해 상반기에는 롯데백화점 본점과 부산 본점 매장 운영도 종료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잠실점 역시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을 전후해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방시의 뷰티 부문은 LVMH 본사가 직접 운영 중이다.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주요 점포의 지하 1층~1층에서 매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번 구조조정 대상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파악된다. 패션 부문은 정리하고 뷰티 사업은 진행하는 방식으로, 지방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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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코리아는 지난해부터 조직 슬림화와 비용 절감에 나서며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지방시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인력 채용비는 2023년 2억7000만원에서 지난해 6843만원으로 축소했다. 같은 기간 광고선전비는 13억원에서 5억원, 임차료는 27억원에서 19억원으로 줄었다. 매장과 사무실 공간 등 유형자산도 1년 만에 9억원에서 1억원으로 80% 급감했다.


12억원 규모의 구조조정 충당부채도 신규 계상했다. 이는 직원 정리, 매장 폐점, 사업부문 정리 등 구조조정에 따른 미래 비용을 대비한 사전 회계 조치다. 지방시코리아는 감사보고서에 "당사는 구체적이고 공식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승인하고, 해당 계획 이행에 착수했다"고 명시했다. 업계에서는 이 보상금이 잠실점 폐점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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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는 2012년 신세계인터내셔날(SI)을 통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발을 들였다. 지방시는 프랑스 디자이너 고(故) 위베르 드 지방시가 창립한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다. 한국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쌓이자 지방시는 2019년 신세계인터내셔날과의 파트너십을 종료하고 지방시코리아를 설립해 한국 시장에 '직진출'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국내 소비자들과의 접점 확보에 실패하며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지난해 매출액은 100억원으로 전년(120억원) 대비 17% 줄었으며, 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누적 결손금은 80억원에 달한다.


업계는 지방시 철수 배경으로 명품 시장의 성장 둔화도 꼽았다.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올해 명품 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최대 4% 성장'에서 '2~5% 감소'로 하향 조정했다. LVMH는 올 1분기 글로벌 매출이 203억1100만유로로 전년 대비 1.8% 줄었다. 구찌·생로랑 등을 보유한 케링그룹 역시 지난해 매출이 12% 급감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에르메스와 샤넬처럼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초고가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며 "지방시처럼 프리미엄 중위권 브랜드는 타격이 크다"고 설명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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