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發) 관세 정책의 영향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 지도'가 변화하고 있다. 이전까지 핵심 수출국이었던 미국·중국과의 거래액은 감소한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대만·폴란드 등 제3국이 신흥 수출국으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미·중이 촉발한 통상전쟁이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어 당분간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2일 한국무역통계진흥원의 무역통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의 올해 1~5월 대미 수출액은 75억8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80억2300만달러) 대비 5.42% 감소했다. 지난 4월부터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에 부품과 중간재를 수출하던 국내 중소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중 감소세도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대중 수출액은 80억100만달러에서 74억3400만달러로 7% 넘게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 심리 위축과 미국의 고율 관세가 겹치면서 중국 상황은 훨씬 더 복잡하다"며 "중국에 부품·소재·중간재 등을 수출함으로써 미국에 우회 수출하던 국내 중소기업들의 교역이 위축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기존에 비중이 크지 않던 국가들이 신흥 수출 시장으로 조금씩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사우디아라비아 수출액은 5억2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25% 뛰었고, 대만도 11억2300만달러에서 12억3600만달러로 10.06% 증가했다. 폴란드(8.14%), 캄보디아(5.0%) 등의 수출액도 예년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이 영향으로 중소기업 전체 수출액은 핵심 수출국들과의 거래가 부진함에도 불구하고 485억원에서 461억원으로 4.94%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불확실한 통상 환경 속에서 국내 중소기업들이 적극적인 수출 다변화 전략을 펼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인공지능(AI), 바이오·헬스 등 첨단 산업뿐 아니라 반도체·철강·화장품 등 기존 주력 품목도 일정 부분 새로운 시장으로 분산됐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양지원 수석연구원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과 대만 TSMC 간 협력이 강화되면서 대만으로의 반도체 수출이 증가했고, 폴란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방산 수요가 늘었다"며 "중국과 미국에 집중됐던 화장품 수요도 일부 분산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호무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제3국 중심의 수출 흐름은 당분간 더 심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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