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3,000만명 방문, 생산유발효과 2조원."
광주시가 내놓은 복합쇼핑몰 상권 영향평가 수치는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지역 상인들의 반응은 달랐다. "현실과 동떨어진 숫자 나열", "대기업 홍보자료 수준"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기대와 우려, 도시 안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누군가는 기회라 말하고, 누군가는 절벽이라 말한다. 숫자 사이에 가려진 삶의 온도는 아직 좁혀지지 않았다.
광주시는 지난 5월 시청 중회의실에서 '복합쇼핑몰 상권 영향평가 연구용역 중간보고회'를 열고 중간 결과를 공유했다. 이 용역은 2023년 8월부터 광주시가 발주해 진행 중인 과제로,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책임연구를 맡고 있다. 보고회에는 고광완 행정부시장과 5개 자치구 부구청장, 상인단체, 시민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연구진은 신용카드 매출 데이터를 분석하고, 대전·대구 등 유사 사례를 비교해 광주 상권의 특성과 영향을 진단했다.
조 교수는 "광주 상권은 내수 중심 구조여서 인구 감소와 함께 쇠퇴할 위험이 크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더현대 광주' 반경 5㎞ 이내에서는 음식점, 가전·가구, 의류·패션, 슈퍼마켓 등에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됐다. 반면, 화장품·커피·제과 업종은 피해 우려가 상존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특례보증 확대 등 상생 대책도 제안했다. 방문객은 연간 3,000만명, 이 중 1,900만명이 주변 상권을 이용할 것으로 추산됐다. 경제 파급효과는 생산유발 2조3,640억원, 취업유발 1만2,600명으로 전망됐다.
광주시는 지난 5월 1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고광완 행정부시장과 5개 자치구 부구청장 등 관계 공무원, 소상공인연합회, 상인연합회, 시민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복합쇼핑몰 상권영향평가 연구용역 중간 보고회'를 개최했다. 광주시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복합쇼핑몰 상권 영향평가는 지역 간 유치 경쟁 속에서 늘 논란을 동반해왔다. 특히 경제효과나 고용 창출 전망은 수치 산정 방식과 가정 값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연간 방문객 3,000만명', '취업유발 1만2,600명' 등 보고서 지표도 실제와의 격차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지역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수치가 정책 근거가 되는 만큼 산정방식 설명과 사후검증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비판과 함께 전남·일신방직 부지개발 피해 대책위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전남방직 물류센터에서 오랜 기간 사업을 해온 세입자들이 명도소송과 강제집행으로 폐업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광주시는 역사적 부지를 대기업에 특혜성으로 넘기고, 정작 피해자 대책은 외면하고 있다"며 "시민 서명운동을 통해 개발이익 환수와 책임 행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시상인연합회는 상권영향평가 보고서를 "대기업 홍보자료 수준"이라고 반발했다. 김승재 연합회장은 "복합쇼핑몰 반경별 영향조사, 소상공인 매출과 인구, 복합몰 매출 간 교차조사 등 기본적인 분석이 빠져 있고, 광주시민의 가처분 소득도 반영되지 않은 단순 매출 계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구 입점은 행운"이라는 용역업체 측 표현에 대해서도 "지역 현실을 무시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유통계 등에서는 "최소한 지역 청년과 소상공인이 고사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광주시와 북구청, 현대백화점, 소상공인 단체가 함께하는 상설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 광주시의회가 여론조사기관 폴인사이트에 의뢰해 실시한 '복합쇼핑몰 유치와 상생 방안' 조사에서도 시민과 소상공인의 인식 차는 뚜렷했다. 소상공인 300명 가운데 40.7%는 "1곳은 찬성, 3곳은 반대", 24.3%는 "유치 자체 반대", 35%는 "3곳 모두 찬성"이라고 답했다.
복합몰이 지역 상권에 미칠 영향은 시민 평균 56.4점, 소상공인 34.4점으로 조사됐고, 사업 추진 만족도는 각각 58.57점과 37점이었다. 상생 재원 분담 인식은 시민 55.11점, 소상공인 55.42점으로 유사하게 나타났다.
반면, 광주경영자총협회는 '더현대 광주' 입점을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로 평가했다. 김동찬 부회장은 "청년이 모이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복합문화공간이 돼야 한다"며 "청년 유출이 심각한 광주에 '더현대 서울'처럼 매력적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점 후 2,000~3,000명 상시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채용은 지역 청년에게 우선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기 채용박람회, 브랜드 근로자 복지 향상, 공동 마케팅, 포인트 교차 사용, 주차장 공유, 농특산물 판매관 등 상생 방안을 제시하며 "상생은 말보다 실행이 중요하다. 제도적 장치와 지역 감시가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더현대 광주 관계자는 "고용 계획이나 상생 방안은 (오픈 시점이) 가까워져야 자세히 말씀드릴 수 있다"며 "착공일은 올해 하반기로 예정됐지만, 정확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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