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에 6조 돌파…규제 빠진 보금자리론에 대출 쏠릴까

"가계대출 견인 안해" 정책대출 한도 규제서 빠졌지만
7개월 연속 1조원대…3개월 연속 증가세
수요쏠림 더 강화될 가능성

정책대출인 '보금자리론'의 신규 판매액이 7개월 연속 1조원을 넘어섰다. 수도권 주택시장이 다시 과열되면서 3개월 연속 증가세도 이어가고 있다.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에 나선 가운데, 보금자리론은 이번 한도 축소 대상에서도 비껴가 수요가 더 쏠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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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보금자리론 누적 판매액은 6조379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실적인 6조5887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올해 들어 매달 1조원 이상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상반기 내 전년 실적을 뛰어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보금자리론은 주금공이 공급하는 장기 고정금리 분할 상환 주택담보대출 상품이다. 2023년 출시돼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특례보금자리론 판매가 종료되고 지원 요건을 조정해 지난해 1월 말 재출시했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매월 3000억원 수준에 머물며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하반기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면서 수요가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보금자리론 신규 판매액은 6515억원으로, 한 달 만에 2배가량 늘었다. 이후 7개월 연속 매월 1조원대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유사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3월 잠시 주춤했지만 ▲3월 1조2191억원 ▲4월 1조2689억원 ▲5월 1조3552억원으로 3개월 연속 증가 추세다. 주택거래량이 늘면서 시중은행 주담대가 4월부터 꾸준히 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시중은행 주담대는 지난달 6조7000억원까지 늘어,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금융권에서는 하반기 들어 보금자리론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6·27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통해 이례적으로 정책대출인 디딤돌 대출과 버팀목 대출의 한도를 축소한 반면, 보금자리론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금자리론이 가계대출을 견인할 만큼 비중이 크지 않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도 제외된다는 점 역시 쏠림 현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은행권 주담대가 3단계 DSR 규제로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것과 달리, 정책대출은 DSR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 경우 은행 주담대는 더욱 위축되고 정책대출, 그중에서도 한도가 유지된 보금자리론으로 수요가 몰릴 수 있다. 정부가 의도한 것과 달리 대출 수요가 줄기보다는,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다만 보금자리론 역시 총량 규제는 적용받는다. 정부는 정책대출의 경우 연간 공급계획 대비 25%를 감축하기로 했다. 보금자리론 등 주금공 정책금융상품의 올해 목표 공급액이 23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공급액은 약 17조원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총량을 어떻게 관리할지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공급량을 다 채우면 판매를 중단하는 식으로 관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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