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법안'에 머스크 "신당 창당"…충돌 재점화

SNS로 대립각…법안통과 압박 트럼프
머스크 "돼지 정당, 일당 국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테슬라 등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기업에 대해 보조금을 중단할 수 있다고 시사하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법안이 통과되면 다음 날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갈등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연합뉴스는 1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머스크가 운영하는 기업들이 받는 정부 보조금을 줄여 연방 예산을 절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는 날 대선 후보로 지지하기 훨씬 이전부터 내가 전기차 의무화에 강력 반대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3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회견 중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5월 3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회견 중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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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일론은 역사상 어떤 인간보다도 많은 보조금을 받았을지 모른다. 보조금이 없다면 일론은 아마도 점포를 접고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켓 발사, 위성, 전기차 생산이 중단되면 우리나라는 엄청난 돈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효율부(DOGE)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 보는 게 좋을 수 있다"고 압박했다.


DOGE는 연방 정부 개혁과 지출 삭감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신설한 기관이다. 머스크가 공동 수장을 맡았지만, 한 달여 전 자리에서 물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머스크가 상원 표결 절차에 돌입한 감세 법안에 대해 연일 공개 비난하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감세법안을 놓고 머스크와 노골적인 비난전을 벌일 당시에도 "예산을 아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의 정부 보조금과 계약을 끊는 것"이라면서 연방 정부가 머스크가 소유한 우주기업 스페이스X 등과 맺은 계약의 파기를 시사한 바 있다.

머스크는 전날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부채한도를 5조 달러나 늘리는 이 법안의 미친 지출을 보면 우리가 돼지 정당의 일당 국가에 살고 있다는 게 분명해진다"며, 공화당을 맹비난했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달 초 X에 "중도 80%를 대변할 정당을 만들어야 할 때가 아닐까"라는 글을 게시하며 'The American Party'라는 당명까지 거론한 바 있는데, 구체적인 창당 시점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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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이날 "사상 최대 폭의 재정 적자 증가를 찬성하는 의원들은 목을 매달아야 한다"며 거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머스크는 그간 감세법안이 자신이 정부효율부(DOGE)에서 이룬 업적을 깎아 먹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반대해 왔다.


미국 상원은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법안인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대한 '보트-어-라마'(vote-a-rama)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여기에는 테슬라가 하는 전기차 및 태양광·풍력 사업에 대한 세제 혜택 종료 방안 등이 담겨 있다.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이 법안이 약 3조 달러의 재정 적자를 추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보트-어-라마는 본격적인 법안 표결에 앞서 의원들이 수정안을 무제한 제출하고 표결에 부치는 절차로, 상원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하원으로 돌아가 심의를 거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오는 4일까지 법안을 통과시키라며 압박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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