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2023년 청약에 당첨된 아파트에 전세를 줄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발표로 계획이 꼬여버렸다. 지난달 27일 이후 신축 아파트 소유권 보존등기 후 잔금대출을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하면 6개월 이내 전입해야 한다. A씨는 전액 현금으로 전세 거주할 세입자를 구하지 못할 경우 직접 실거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입주를 앞둔 수도권 아파트 집주인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잔금대출을 주택담보대출(주담대)로 전환하려 했거나, 전액 현금으로 보증금을 치르는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실거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입주 계획이 틀어진 집주인들은 자금계획을 다시 짜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2일 직방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수도권 입주 예정 가구 수는 5만2828가구다. 서울 1만4043가구, 경기도 3만379가구, 인천 8406가구가 새로운 규제에 따라 금융 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서울의 주요 입주 단지는 이문아이파크자이,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 청담 르엘, 래미안 원페를라 등이 있다. 수도권에서는 광명자이더샵포레나, 광명센트럴아이파크 등이 꼽힌다.
입주를 앞둔 집주인들은 잔금대출을 주담대로 돌릴 경우 실거주를 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도권 또는 규제지역에서 신규 아파트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6개월 이내에 전입해야 한다"며 "직접 거주할 집이 아닌 주택에 대출받지 말라는 의미라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주담대를 받지 않으려면 전액 현금으로 거주할 전세 세입자를 구해야 한다. 당국은 수도권이나 규제지역 입주 예정 단지에서 세입자가 전세보증금 마련을 위해 받은 전세대출의 자금을 받아 집주인의 잔금을 치르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막았다. 입주를 앞둔 집주인이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려면 현금으로 보증금을 낼 수 있는 여력 있는 세입자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전세대출 없이 현금으로 보증금 전액을 지급할 '현금 전세 세입자'를 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낮춰 '반전세'로 세입자를 구하거나 입주를 포기하고 분양권을 매도하는 사례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실거주 의무도 문제인데, 주담대의 대출 한도가 6억원 이하로 줄어든 것도 고민이다. 대출 규제 발표 이전에 청약받은 수도권 아파트에서는 6억원 이상 잔금대출이 가능했다. 그러나 등기 이후 주택담보대출로 전환되는 시점부터는 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줄어든다. 강남권 신축 단지의 분양가가 20억원 이상이라는 점에서 6억원 이상 잔금대출이 남은 이들은 추가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오는 11월 입주 예정인 '래미안 원페를라' 청약에 당첨된 직장인 B씨는 "당장 잔금대출은 6억원 이상 가능하지만, 등기가 난 후에 6억원 이내로 대출을 줄여야 해 최대한 돈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세 보증금을 낮춰서 현금으로 입주하려는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 구할 수 있다면 주거비용이 저렴한 지역으로 이사를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청약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잔금 대출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아야 한다. 잔금 시점에 대출 규제가 강력하게 나오면 잔금 대출은 바뀐 규정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며 "은행에서 대출해주더라도 실거주하지 않거나 6개월 내 팔지 않으면 대출금을 회수하게 된다. 실거주하는 집주인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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