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 검찰총장이 이재명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자진해서 물러났다. 취임한 지 9개월 만이다.
심 검찰총장은 1일 입장문을 내고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지금 직을 내려놓는 것이 제 마지막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형사사법제도는 국민 전체의 생명, 신체, 재산 등 기본권과 직결된 문제"라고 했다. 그는 "시한과 결론을 정해놓고 추진될 경우 예상하지 못한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면서 "실무계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심도깊은 논의를 거쳐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제도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내 대표적 '기획통'으로 꼽히는 심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을 맡았었고, 윤석열 정부 들어 대검 차장검사, 법무부 차관을 지내는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여기에 검찰 2인자인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까지 사의를 표명하면서, 검찰 내부는 혼란에 빠졌다. 검찰총장이 사퇴하면 대검 차장이 조직의 동요를 수습하던 전례가 연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총장과 대검 차장이 동시에 물러나면서 당분간 조직 내부 혼돈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 양석조 서울동부지검장, 변필건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 윤석열 정부 시절 임명된 검찰 고위 핵심 간부들도 한꺼번에 옷을 벗었다.
검찰총장이 검찰개혁에 대해 선명한 비판 메시지가 없이 '조용한 사직'을 했다는 성토 분위기도 검찰 내부에선 나오고 있다. 한 부장검사는 "전 정부에서 임명된 총장이니 (사퇴를)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렇다 할 메시지도 없이 조용히 나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검사들 대부분이 황당하다는 반응"이라고 했다.
심 총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취임 9개월여만에 사퇴하면서 1988년 12월 검찰총장 임기를 2년으로 보장하는 법률이 시행된 이후 임기를 채우지 못한 16번째 중도 퇴임 총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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