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인도 전통 샌들과 유사한 디자인을 선보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인도 전통문화를 무단으로 차용해 상업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는 비판이 커지자 프라다는 인도 전통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 맞다고 인정했다.
29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프라다는 최근 공개한 신발 디자인이 인도 전통 샌들 콜라푸리 차팔과 유사하다는 비판에 대해 해당 디자인이 인도 전통 신발에서 영감을 받은 게 맞다고 인정했다.
문제가 된 디자인의 샌들은 지난주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공개된 제품이다. 엄지발가락이 분리되고 땋은 가죽 패턴의 디자인이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와 카르나타카주에서 제작되는 전통 샌들 콜라푸리 차팔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프라다는 이 샌들을 가죽 신발이라고 소개하면서도 인도 전통 신발을 참고했다는 등의 언급하지 않아 인도 내에서는 전통문화를 무단으로 차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프라다는 BBC에 보낸 성명을 통해 "해당 샌들이 전통 인도 신발에서 영감을 받은 것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프라다 대변인은 "프라다는 장인정신, 유산, 디자인 전통을 항상 존중해 왔다"며 "이번 사안과 관련해 마하라슈트라 상공회의소와 접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하라슈트라 상공회의소는 앞서 프라다에 서한을 보내 수세대에 걸쳐 전통을 보존해온 장인의 공로를 무시하고 아무런 언급 없이 상업화됐다고 항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프라다의 기업 사회적 책임(CSR) 담당 책임자인 로렌조 베르텔리는 "해당 샌들은 아직 디자인 초기 단계에 있다"며 "현지 인도 장인들과의 의미 있는 교류를 위한 대화를 열어놓고 있으며 추후 추가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한 매체를 통해 밝혔다.
콜라푸리 샌들은 제작지인 마하라슈트라주의 콜라푸르시의 이름에서 유래됐으며 12세기경부터 제작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죽 소재로 만들어 튼튼하고 인도의 더운 기후에 적합한 신발이다. 이 샌들은 2019년 인도 정부로부터 지리적 표시(GI) 인증을 받았다. GI는 특정 상품이 특정 지역에서 기원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논란이 불거지자 콜라푸르 지역 장인들은 프라다가 전통 디자인을 무단으로 사용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콜라푸리 장인 프라바 사트푸테는 BBC 마라티어판에 "이 샌들은 콜라푸르의 가죽 장인들이 땀 흘려 만든 제품"이라며 "이 샌들은 콜라푸르의 이름을 달아야 한다. 남의 노동을 이용하지 말라"고 말했다.
프라다 측은 이 샌들의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해당 브랜드의 다른 샌들 가격은 영국 기준 600파운드~1000파운드(약 111만원~186만원) 수준이다. 인도 내에서 콜라푸리 차팔은 수백 루피, 한화로는 1만원대면 살 수 있다. 인도의 사업가 하쉬 고엔카는 "현지 장인들은 거의 돈을 벌지 못하지만, 글로벌 브랜드들은 우리의 문화를 이용해 이익을 얻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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