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에 남은 이것 덕분에…58년 만에 잡힌 영국판 '이춘재'

2023년 재수사…옷에서 범인 DNA 검출돼
살인 사건 이후에도 같은 수법의 범행 저질러

영국에서 최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던 강간·살인 사건의 범인이 58년 만에 붙잡혔다. 30대에 범죄를 저질렀던 범인은 90대 노인이 되어서야 뒤늦게 죗값을 받게 됐다.


1일(현지시간) BBC는 최근 영국 브리스틀 형사법원 배심원단은 1967년 루이자 던에 대한 강간·살인 혐의로 92세 라이런드 헤들리(Ryland Headley)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고 전했다. 1967년 6월 당시 75세였던 루이자 던은 영국 브리스틀의 자택 거실 바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 조사 결과, 사망 원인은 교살로 밝혀졌고 이 과정서 성폭행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1967년 루이자 던에 대한 강간·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92세 라이런드 헤들리(Ryland Headley).Avon and Somerset Police/PA

1967년 루이자 던에 대한 강간·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92세 라이런드 헤들리(Ryland Headley).Avon and Somerset Polic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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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건은 사회적으로 크게 부각됐고, 경찰은 남성 1만 9000명으로부터 지문을 채취하고, 약 8000가구 이상을 방문 조사하고 2000여 건의 달하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결정적인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50년이 넘게 해결하지 못해 미제로 남았던 살인 사건은 2023년 경찰이 재조사에 착수하면서 전환점을 맞는다.

경찰은 당시 보관해둔 던의 치마를 법의학 분석을 맡겼고, 그 결과 이 옷에서 범인의 DNA가 검출됐다. 다행히도 범인인 헤들리의 DNA는 2012년 별개의 사건으로 인해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있었다. 던의 자택 창문에서 발견된 손바닥 자국도 헤들리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경찰은 지난해 11월 헤들리를 살인 혐의로 자택에서 체포했다. 앞서 헤들리는 저항할 힘이 없는 여성 노인을 대상으로 같은 수법의 범행을 연쇄적으로 벌였다. 던을 살해한 후에도 그는 각각 두 명의 여성(각각 84세와 79세) 집에 침입해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7년 선고를 받았다.

루이자 던과 그가 사망 당시 입고 있었던 치마. Avon and Somerset Police/PA

루이자 던과 그가 사망 당시 입고 있었던 치마. Avon and Somerset Polic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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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던의 손녀 메리 데인트는 헤들리가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BBC는 전했다. 그는 "어떤 살인 사건은 영원히 미제로 남고, 어떤 사람들은 그 공허함과 슬픔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사건 수사에 투입됐던 트레버 메이슨 경위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헤들리를 "짐승보다 더한 인간"이라며, "피해자들이 겪은 일은 정말 끔찍했고, 저항할 수 있는 힘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두고 영국 내에서 일부 시민 단체는 영국의 강간 유죄 판결이 여전히 낮고 사법 절차가 매우 느리다고 비판했다. 영국 통계청의 발표를 보면, 2024년 영국 경찰에 신고된 강간 사건은 71227건에 달한다. 그러나 영국 자선단체인 '강간 위기'는 수만 건의 강간 사건 가운데 기소된 건수는 2.7%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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