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항공기 추락 사고로 위기에 처한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이 경쟁사 록히드마틴의 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했다.
보잉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자료에서 브라이언 웨스트 보잉 CFO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지저스 제이 말라베 록히드마틴 전 CFO를 후임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근무일은 내달 15일부터다.
말라베는 L3해리스 테크놀로지스에서 수석부회장 겸 CFO를 지냈으며 지난 4월까지 보잉 경쟁사인 록히드마틴에서 약 3년간 CFO로 재직했다. 이전에는 20년 이상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에서 근무한 바 있다.
이번 CFO 교체는 오트버그 CEO가 지난해 8월 취임한 이후 가장 주목할 만한 경영진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엔지니어 출신인 오트버그 CEO는 보잉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조직 개편 등에 착수한 상태다.
오트버그 CEO는 "제이는 안전과 품질에 뿌리를 둔 근본적인 변화를 구현하고 회복에 계속 진전을 이루면서 보잉의 다음 장을 만들어 나가는 중요한 시기에 CFO를 맡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오트버그 CEO는 지난달 초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제조업의 상징과도 같았던 보잉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은 "다년간의" 과정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보잉은 2018년 라이언에어 737 맥스 여객기 추락 등 최근 몇 년간 잇따른 사고로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고전해왔다. 한국과 미국, 인도 등 다수 지역에서 대형 사고들이 이어진 가운데 모두 보잉사 항공기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악화됐다.
지난해 12월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해 179명이 사망하는 최악의 참사가 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의 기종 역시 보잉 737-800이었다. 지난해 1월에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국제공항을 이륙한 알래스카항공 보잉 737 맥스9 여객기가 약 5000m 상공을 비행하던 중 창문과 벽체 일부가 뜯겨 나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인 지난달에는 인도에서 에어인디아 787 드림라이너 여객기가 추락했다.
지난해에는 파업으로 공장이 약 두 달간 멈춰 섰으며 재정 상황이 악화해 투기 등급 강등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현재 보잉에 부여하고 있는 신용등급은 투자적격의 최하단인 'BBB-'로, 여기서 한 단계만 하향되면 보잉은 '정크'(투기) 등급에 속하게 된다. 다만 지난 4월 S&P는 보잉이 회복세를 보인다며 '부정적 관찰대상'에서 제외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