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리티, 뱅가드와 함께 세계 3대 자산운용사로 꼽히는 미국 캐피탈그룹의 수장이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분산투자, 장기투자라는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지론이다.
1일 마이클 기틀린 캐피탈그룹 회장은 서울 중구에서 열린 한국투자공사 창립 20주년 행사에서 특별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주장했다. 기틀린 회장은 "지정학적 재편 시대에 진입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동시에 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기회가 되기도 한다"며 "지정학과 무역의 변화는 각 기업과 국가에 다른 영향을 줄 텐데,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가진 강력한 경영진이 있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성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그가 방점을 찍은 부분은 '장기적'이라는 대목이다. 그는 꾸준한 성공을 위해 장기 투자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시장의 타이밍을 맞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기틀린 회장은 "미국이 관세 정책을 발표했을 때 S&P500 지수는 7주 만에 19% 하락하고, 이후 7주 만에 다시 19% 상승했다"며 "이런 시장을 매매로 대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공포보다는 기회를 보고 5, 10년을 내다보는 자세, 즉 장기투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시장 변화 흐름을 설명했다. 우선 고령화를 꼽았다. 세대 간 부의 이전이 빨라지면서 2045년까지 100조달러 이상의 자산이 이동하면서 장기적인 시계열 상의 기회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모펀드 시장의 성장과 민주화도 주요 변화 요소로 꼽았다. 기틀린 회장은 "과거에는 기관투자가 중심이었던 사모시장에 이제는 개인들의 자산도 침투하고 있고, 패시브 전략에 한정됐던 상장지수펀드(ETF) 시장도 능동적인 액티브ETF 비중이 30%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모든 흐름이 능동적인 운용의 가치와 벤치마크에서 벗어난 중요성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장기적으로 능동적인 운용을 하는 사업자는 건강하고 강력한 금융시장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철학도 제시했다. 기본에 충실한 종목 분석, 경영진과의 소통, 하방 리스크 방어 모두 핵심 요소로 꼽았다. 1931년에 설립된 캐피탈그룹은 특히 하방 위험 방어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기틀린 회장은 "캐피탈그룹은 자산 다변화 전략을 펼치는 동안 87%가 벤치마크 수익률을 초과했고, 수수료 차감한 수익률로 따져도 이 비율은 80%가 넘는다"며 "우리는 인센티브를 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수치가 1년 수익률이 아니라 8년 누적수익률일 정도로 장기 성과를 중시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자리에서는 김용 세계은행 전 총재도 '지속가능 한 미래를 위한 인프라 투자'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국부펀드가 신흥시장에 투자하면 세계 경제에 이바지하고 사람들의 후생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재는 "한국이 빈민국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도 세계은행의 차관 등 지원이 있었다"며 "에티오피아, 아이티 등 아프리카 국가에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감염 극복을 위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사하라 이남 지역 경제 자체가 붕괴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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