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겸임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1일 공식 출범한다. '원톱 체제'를 갖춘 송 원내대표는 당장 이번주 당 쇄신을 이끌 혁신위원회와 이재명 정부를 겨냥한 부동산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며 존재감을 드러낼 예정이다. 하지만 당내에선 범친윤계로 꾸려진 한시적 '송언석 비대위'에 혁신을 기대하긴 힘들다는 목소리도 커, 당 운영과 계파 갈등 조율이 순탄친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전국위원회를 소집하고 비대위 설치와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의결한다. 송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잠시 비대위원장을 맡아서 전국위원회를 통해 최고 의사결정기구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8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까지 '관리형 비대위'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취지다. 새 비대위원에는 박덕흠·조은희·김대식 의원과 박진호 김포갑 당협위원장, 홍형선 화성시갑 당협위원장이 내정됐다.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이 임기 만료로 퇴장하고 새 비대위가 출범한 만큼 송 원내대표가 약속했던 혁신위 구성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비대위가 오늘 시작됐기 때문에 혁신위 인선도 이번주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지난달 16일 당선 이후 혁신위를 꾸려 당 쇄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동안 김 전 위원장과의 이견으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
문제는 전당대회가 한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위가 제역할을 할 수 있느냐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지금 혁신위를 만들어도 전당대회 전까지 한두 달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에 큰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혁신위 구성 자체보다는 어떤 역할을 할지가 더 중요한데 국민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안을 내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에 나와 혁신위 구성에 대해 ""김 위원장이 내놓은 5개 혁신안을 조율해 가면서 통과시켰어도 됐을 문제인데, 굳이 절차를 거쳐 혁신위를 만들 필요가 있나"라며 "전당대회가 빨리 치러진다면 40~50일 이후까지가 비대위 임기가 될 텐데 그 가운데서 어떤 혁신을 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도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전날 나온 비대위원들 인선을 두고도 아쉽다는 목소리가 크다. 조기 대선 패배 이후 쇄신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음에도 비대위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에 앞장섰던 구주류 위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박덕흠 의원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남동 관저를 찾아 윤 전 대통령 체포를 반대했었고, 원외 인사인 홍 위원장과 박 위원장 역시 탄핵 반대에 힘을 실었던 인물이다.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관리형 비대위' 성격이라도 과도하게 쇄신과 멀어진 것 아니냐는 회의적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원내 관계자는 "원외 (비대위원) 두 분은 송 원내대표와 큰 친분이 없다. 수도권이고 30대 청년(박진호)인 만큼 지역, 세대 배분을 맞추는 측면이 강하다"며 "또 이번 비대위는 한 달 반짜리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기보단 곧 나올 혁신위와 차기 당 대표 선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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